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유태희 논설위원

2016-11-03 04:05:00

 

▲     © 행복세종타임즈

요즈음 세상을 바라보면서 아포리아aporiā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 말은 그리스어로 통로가 없는 것’ ‘길이 막힌 것을 뜻하는 철학용어다. 사물에 관하여 해결의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해결이 곤란한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게 믿었던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시작된 국정혼란의 현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 단어가 떠오른 것이다. 어찌 우리국민들이 우매해서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을까? 참 가슴을 칠 노릇이다. 하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는 급박하고 긴급한 국가안위의 중대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것에 대하여 소크라테스는 대화의 상대를 아포리아에 빠뜨려 무지(無知)를 자각시켰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포리아에 의한 놀라움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하였다. 플라톤의 경우에는 대화에서 로고스의 전개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기는 난관을 아포리아라고 하였다.

    

서해의 쪽빛 바다가 한 눈에 가득 들어온다. 우리 모두에게 빛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빛은 모든 은폐된 것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스 사람들은 은폐된 것이 드러나는 것을 진리라고 생각했다. 철학자들의 오랜 사유에서 이 단어들이 탄생되었고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빛이 있어야 사물을 볼 수 있다. 플라톤 철학의 핵심 개념인 이데아도 그 어원은 본다는 것이다. 이데아의 빛이 비칠 때 세계는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그는 믿었다. 아포리아가 출구가 막힌 종착점이 아니라 새 탐구의 출발점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가 그토록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서 대화를 막장에까지 다다르게 한 것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기점으로 토론의 공론화로 아포리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아포리아가 해결불능으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행로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이 점을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철학은 아포리아의 놀라움에서 시작한다.” 철학적 사유는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철학은 항상 상식적인 사고를 요청하지만 아무도 그 상식에 이의를 달지 않을 때 철학적 사유는 멈춘다. 어쨌거나 지금 국가의 운명이 위태롭다. 아니 매우 위중하다. 더구나 철학을 논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아포리아 상태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412자살률, 부패율, 이혼 증가율, 노인 빈곤율 등 모두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를 차지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인명을 경시하고 무한경쟁을 강요당하는 생지옥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그리고  대한민국이 이제 더 이상 부패할 수도, 더 이상 타락할 수도 없는 최악의 아포리아 상황에 처해 있음을 절감 한다

  

우리 대한민국호는 지금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어느 낯선 항구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아포리아(aporia)의 절망뿐일까.

그리고 넋을 놓고 이렇게 있을 것인가?

    

더구나 주권국가에서 국가의 안위를 위해 사드는 배치할 수 없는 현실과 중국어선이 해경선을 침몰시키는 상황에서는 가슴을 쥐어짜는 아픔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박근혜대통령의 사적 국정운영과 권력 사유화는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국가 품격과 국민 자부심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국민의 절망과 민심의 동요, 국정의 혼돈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계속 표류하고 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당적인 거국내각 구성하고 모든 국정운영을 맡겨야 함에도 다시 새로운 총리를 매끄럽게 임명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 상황은 야당의 동의를 얻어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사유화된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리고 상처받은 국민 마음을 회복해 총체적인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이자 최우선의 길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국민소득은 제자리걸음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도 모자라고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니라 돈 잡아먹는 하마요, 불합리의 총체이기에 헌법의 개헌을 통해 새롭게 국가의 기틀을 잡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박근혜정부는 한시바삐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하고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동력의 원천이고, 이 원천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정의 불은 꺼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상설적인 협의기구 협의채널을 만들어서 여야 모두로부터 동력 공급을 받아 임기 말의  국정운영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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