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時中之道를 기대한다.

논설위원 유태희

2017-05-15 11:46:00

 

▲     © 세종타임즈

더불어민주당9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 문재인대통령이 선거유세 때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자기를 지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많은 국민들이 그럴  것이라 믿고 표를 던졌다고 한다. 선거 후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문재인대통령에게 표를 준 것은 적폐청산, 개혁, 쇄신을 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상황에 맞게 적절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화를 내야할 때 적절히 화를 내거나 슬퍼해야 할 때 적절히 슬퍼할 줄 아는 것처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시중지도(時中之道)라고 한다. 옛 어른들께서는 마음은 드러내고, 재주는 감추어라.’ 하셨고 자신의 마음은 푸른 하늘에 빛나는 태양처럼 모든 사람에게 밝게 드러내라.’ 하셨다.

 

그러나 재능은 진주가 조개 속에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것처럼 깊이 감추어서 남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 하였다. 선거전에서의 공약은 현실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다. 상황()은 늘 변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가장 균형 잡힌 최적의 황금률()을 찾아내는 것이 시중(時中)이다. 여기서 중()은 정해진 실체가 아니다(中無定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이다(隨時而在). 국제적인 상황도 그렇고 국고가 텅 빈 현재의 현실을 감안해 완급을 조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13일 인천공항을 찾은 문대통령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경영합리화 없이 정규직 전환에 매달리면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근로조건의 격차다. 임시직, 파견·용역 근로자들은 원청 모기업 소속 근로자보다 임금, 복리후생 수준이 훨씬 낮다. 인천공항공사 직원 1100여 명의 평균 보수는 월 700만원 수준이고, 반면 대부분이 외주업체 소속인 용역근로자 6400여 명은 평균 3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용역근로자 수가 이렇게 많은 것은 국제공항 특성상 보안, 시설관리, 청소, 수하물처리 등 업무분야가 다양해 공항공사가 직접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외부 용역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역근로자는 소속 용역업체와 원청업체인 공공기관 간의 계약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근로자가 원청업체나 용역업체 중 어디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근로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경영진은 정규직 전환방안과 함께 경비절감, 임금수준 조정 등 경영상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아울러서 인건비 부담을 감안할 때 노조도 임금 상승분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공항, 병원, 학교 등 공공서비스 이용요금 인상을 감내하는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정부의 정책의지를 오판한 공기업 노사가 경영합리화나 양보 등의 노력 없이 실적 달성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대한민국의 모든 비정규직이 이번을 기회로 정규직으로 전환을 요구하며 노동행위를 일으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것에 대한 처방도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고 사측의 입장도 고려해서 완급의 조절도 필요할 것이다.

    

시중지도란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삶의 근원과 본질의 이법(理法)에 해당하는 도를 구현하는 것이란 뜻으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중도(中道)’와 뜻이 통한다. 그것은 바로 균형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제 우리는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개혁을 시도하는 대통령에게도 힘을 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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