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의 양복

논설위원 유태희

2017-05-16 11:34:00

 

▲     © 세종타임즈

비공개로 핵무기 작동 코드 등을 인수받은 뒤 대통령직을 공식 인계받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보다 강한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일성을 높였다. 그는 프랑스 역사 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다. 그는 취임일성에서 세계가 더 강하고 굳건하며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프랑스를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취임식에 입은 옷이 큰 주목을 받았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의 대통령 부부였지만, 역시 대세는 중산층과 눈높이 맞추기였다. 이번 취임식장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대통령 부부가 선택한 의상이다. 해외언론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즐겨 입었던 옷이 우리 돈 55만 원짜리 정장 차림이었다하고, 패션에 남다른 감각을 뽐냈던 영부인 브리지트는 의상실에서 빌린 루이비통의 하늘색 투피스를 입었다. 프랑스대통령 보좌진들은 취임식 전부터 이들 부부가 입은 옷의 제품명과 가격을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고 르피가로’(Le Figaro)지는 전한다. 이는 사치스런 생활로 논란을 빚었던 전임 지도자들과 차별화하려는 정치적의도로일 것이다. 이 양복점은 파리 중심가에 있는 중저가인 부티크를 취급하는 조나스 & 시에로인데 40여 년 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단골집이다. 이 슈트가 회자되는 이유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사치스런 생활로 '블링블링'이란 별명까지 얻었고, 올랑드 전 대통령은 전담 미용사 비용으로만 한 달에 1만 유로 이상씩 써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SNS로 모두 공개되고 이를 검증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런저런 이야기로 가십을 만든다.

    

우리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5일 청와대 관저에서 처음 출근하고 배웅할 때 입은 의상이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김정숙 여사가 입은 튀는 색상의 원피스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유행'이라는 짧은 바지 길이도 인터넷에서 계속 회자됐다. SNS에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입은 의상에 의미가 담겼다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 의상을 따라 입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공식 첫 출근길,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의상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던 걸까. 그것은 다름 아닌 이날의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드레스 코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오마주(hommage)’ 였다는 분석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시끄럽다.

    

문대통령이 관저에서 출근하는 사진을 보고 왠지 마음이 불편한 것은 대통령이 입은 양복 때문이다. 원래 양복의 슈트(Suit)란 아래위를 같은 소재로 지은 한 벌 옷이다. 비즈니스 사회의 '격식'을 대변하는 의상으로 서양에선 이미 200 여 년 동안이나 활동하는 남성의 상징이 되어왔다. 비즈니스맨이 슈트를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기본적 예의를 다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단정하고 격식에 잘 맞는 슈트 차림은 당신에게 유능하고 예의 바르며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심어준다. ‘슈트를 잘 입는 사람이 남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을 정도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어느 대통령이 멋졌다, 촌스러웠다가 신문에 가십이 넘쳐난다. 이제는 일도 잘해야 하지만 옷을 잘 입는 것도 능력인 세상 아니던가. 값비싼 양복을 입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왕지사 입을 양복이라면 잘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양복을 입는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가 양복호주머니를 깨끗이 거두어야 한다. 바지도 그러하지만 슈트의 가슴포켓(Breast Pocket)에는 호주머니에 안경이나 수첩 또는 만년필 따위를 절대 넣지 말아야 한다. 때론 손수건을 꽂고 다닐 수도 있지만 이럴 땐 손수건이 꼭 깨끗해야 하고 모양새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아래의 호주머니도 마찬가지다. 털털한 문대통령은 호주머니에 무엇을 넣어 불룩한 모습이라 보기가 안 좋았다. 호주머니도 디자인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가방대신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V-Zone이다.

V-Zone은 얼굴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제일 중요한 디자인 중에 하나다. 이곳이 깨끗하고 말쑥해야 단정하게 보인다. 넥타이가 좌우로 치우치지 않게 매고 그러기 위해선 넥타이핀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셔츠의 첫 번째 단추는 꼭 가려야 한다. 서양에서는 첫 단추가 끼어있지 않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넥타이도 야무지게 매고 당당하게 하지만 겸손하게 세계로 걸어 나가시라. 세계 10위권의 힘을 가진 대통령답게 나라 나라다운 나라, 사람이 먼저인 그런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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