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이 던져 주는 경고와 교훈

김헌태논설고문

2017-11-21 04:14:00

 

▲     © 세종타임즈

지난 해 경주에서 이어 포항에서 발생한 진도 5.4의 지진으로 인해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여진도 이어지며 포항 주민들의 불안은 상상이다. 대피소인 실내체육관에서 새우잠을 자는 이재민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작스런 지진 발생에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깨지고 갈라지고 다치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위태위태한 필로티 건물은 물론 외벽이 부서져 내리고 기울어진 건물들이 주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될 정도의 지진이었으니 그 충격은 진도 5.4이상의 것이었다. 일본이나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했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여 이젠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여진도 이어지면서 포항지역 주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해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도 기존에 경험한 것보다 더한 불안감이 다가서고 있다. 원전지대가 이곳에 밀집하여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피해가 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얼마 전에 신고리 5, 6 호기 건설 재개를 찬성하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우역곡절 끝에 나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2011년 3월 쓰나미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 발생한 이후 대재앙이라 일컫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은 아직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원전사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1986년 발행하여 7,000여명이 사망하여 아직까지도 최악의 원전사고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사실 탈원전의 도화선이 되어왔다. 이 사고는 대규모 폭발과 화재, 피폭을 가져온 20세기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하여 거대한 돔으로 봉인됐다. 31년만이다. 이런 끔직한 재앙이 상존하는 것이 이른바 원자력 발전소이다. 물론 원자력발전을 통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 확보는 장점 중의 장점이지만 말이다.

 

이번 포항지진은 서울 제주도 세종 대전 충북 등 전국에서 진동을 감지할 정도로 생각보다 심각했다. 포항지역이 폭격을 맞은 듯하니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능시험도 전격적으로 일주일 연기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한 것은 인근 경주 월성원자력 발전도였다. 지진 발생 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국 24개 원전 가동 상황을 긴급 점검한 후 후속 대응조치까지 논의하기도 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가장 인접한 곳에 있는 원전인 경주 월성 원전은 월성 1발전소만 지진 경보가 울렸을 뿐 현재 원전 6기가 모두 정상 가동됐다고 한다. 다행히 전국의 모든 원전이 정상 가동됨을 확인했다. 진도 7 규모에도 견디게 되어 있다는 해명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포항지진으로 인해 지진발생 우려가 높은 단층지대에 전체 가동원전의 4분의 3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원전 밀집지대인 지진위험지대의 핵발전소는 중단해야 목소리가 거세게 일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 지난 해 경주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무엇보다 월성원자력 발전소 등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최우선으로 부각되었다. 그만큼 지진과 원전의 문제는 안전에 관한 한 불가분의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원전지대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지역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앞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얼마나 자주 발생할 것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번에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과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정확한 조사와 대처방안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지진과 원전의 공포는 이제는 절박한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

 

포항지진의 또 다른 교훈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 아니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던 자세에 경각심을 울렸다는 점이다. 지난 해 9월 발생한 경주지진은 진도 5.8로 포항지진보다 규모가 오히려 더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2일까지 경주 지진의 총 여진 누적 발생횟수는 무려 639회에 달하고 있다. 여진이 1년 2개월까지 갔다. 그런데도 피해는 포항이 더 크다. 포항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진공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경북 동해안에 밀집한 원전지대에서 이런 지진이 지속될 경우 원전의 안전을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지역주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은 물론 국민들의 안전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진문제에 대한 접근과 조사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 비하여 천양지차의 지진대책이다. 특히 내진설비가 크게 미흡하여 지진이 발생할 경우 건물붕괴 등 엄청난 피해가 상존하고 있다. 이번 포항지진에서도 얼마나 지진대비가 허술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포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기존 건축물의 상당수가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포항지진은 한반도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원전밀집지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진은 전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사후약방문격이 되어서는 결코 국민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지진대책이나 의식구조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한반도 지진대책을 강구하는 특별기구의 구성이 시급하다. 학계와 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우리나라의 지질 문제를 더욱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대책마련에 당장 나서야 한다. 경북 동해안 지역이 지진발생 우려가 높은 곳이라는 것은 과거부터 누누이 지적해온 사안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이런 곳에 원전밀집지대를 형성하여 놓은 역대 정부의 근시안적인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에너지만을 추구해온 탓이리라 본다. 포항지진 발생이 원전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 지진발생에 대한 의식을 바꾸고 있다.

 

심지어 혹자는 북한의 핵실험이 지진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포항지진의 발생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고 향후 지진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얄밉긴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지진에 대비를 잘한다는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숱한 지진으로부터 지진대피요령 등 선진화된 메뉴얼을 갖고 있는 일본이라는 사실은 솔직히 인정하자. 문제는 국민 안전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체르노빌원전사고가 던져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순간 포항지진으로부터 고통 받는 이재민들에게 국민적인 위로와 지원이 절실하다. 불안과 공포 등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인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들이 나서서 피해복구에 땀을 흘리고 있지만 전 국민적인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 하루속히 피해복구가 이뤄지고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도 세심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느닷없이 닥친 포항지진은 한반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과 지진에 대한 무사안일한 대처의식에 강력한 경고장과 뼈아픈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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