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신건강을 해치는 사건사고

김헌태논설고문

2018-01-08 05:46:00

 

▲     © 세종타임즈

새해 벽두부터 부산에서 30대 엄마가 2살, 4살 어린 아이를 아파트에서 던진 뒤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실종됐다던 5살 고준희 양은 친부가 내연녀등과 짜고 암매장해 결국 들통이 났다. 8개월 전에 이미 숨져 암매장 해놓고도 경찰에 천연덕스럽게 거짓 실종 신고도 하며 사건을 위장했다. 그것도 폭행치사로 드러나고 있다. 친부암매장 사건의 전말을 보면 인면수심의 한계가 어딘지를 모를 정도이다. 제정신으로 어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도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이영학이 후원금으로 13억 원을 받아 한 달에 천만 원가량을 카드 값으로 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급 차량을 20대나 사들이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한다. 양두구육의 이중성에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여파로 7만 명에 달하는 기부천사들이 사라져 버렸다. 충격적인 사건에 배신감과 모멸감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위장된 삶을 통하여 사회를 기망한 것이다. 이런 정신구조를 갖고 우리 사회를 농락하는 작태는 도저히 용서받지 못한 배은망덕한 악행이 아닐 수 없다. 추잡한 모습을 보면 역겹기도 하고 마귀가 따로 없다. 바로 이런 사건들이 우리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크게 해치고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인면수심의 악행에 대해 엄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해 포항지진도 포항시민들은 물론 전 국민들에게 지진공포와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겼다. 포항시민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낚싯배가 전복된 사고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고였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로 낚싯배 전체 승선원 22명 가운데 15명이 희생됐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이어 12월 16일에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미숙아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생아 집단사망사건'은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2명을 소환조사하는 등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국민적인 충격이 매우 크다. 신생아 중환자실 위생과 감염관리 문제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고 피해 당사자들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머리를 조아리고 백번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어쩌다가 내로라는 병원조차 이 지경인지 국민들은 참으로 허탈할 뿐이다.

 

황당 사건은 더 있다. 지난 연말 21일에 충북제천스포츠센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29명이 목숨을 잃고 36명이 부상했다. 비상구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골목길 주차차량으로 소방차량의 진입이 지연되면서 더 큰 인명피해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후진적인 안전사고는 뼈아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층 여성사우나의 비상구가 제대로 가동됐어도 여성들의 집단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황당한 사고는 국민들의 뇌리에 오래 남아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작동한다. 요즘에 사우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비상구부터 챙기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정신적 트라우마는 장기간 괴롭히며 고통을 주게 된다.

 

연말연시에 이어진 이런 저런 사건사고들이 하도 어처구니없이 발생해서 국민들의 마음이 산란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공사장 도심 한복판에서 타워크레인까지 무너져 내려 버스를 덮치는 바람에 승객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는 큰 사고도 발생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런 날벼락이 없다. 공사장마다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보면서 시민들은 언제 유사한 날벼락을 맞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예전과 달리 타워크레인을 쳐다보면 위험천만한 흉물처럼 보인다.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전국 공사장에 대한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하지만 안전 불감증과 부실문제가 얼마나 해소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5년마다 실시하는 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민정신건강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이다. 지난 해 5월 30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신건강의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고자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물론 여러 가지 미진하고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과 개선 요구도 있으나 정신건강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벌써부터 정신질환자 주거시설과 관련된 지침이 시달되고 있다.

 

길거리에도 ’정신건강 위기 상담전화 1577-0199, “힘내세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광고판까지 새로 등장했다. 물론 2005년부터 상담전화가 전국 각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 자살예방과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알림 광고판이 새롭게 다가서는 것은 그만큼 정신건강문제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인명을 경시하고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행태가 멈추지 않는 한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OECD국가 가운데 14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분명 우울증 등 국민정신건강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황당한 사건사고에서 보듯이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의 심각성을 단지 수치상으로만 볼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스스로 치유능력과 자정능력을 갖추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정신건강을 해치는 연말연시 황당한 사건사고들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반면교사로 제시해 주고 있다. 국민정신건강은 이제 말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동으로 지켜야할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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