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대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김헌태논설고문

2018-07-28 07:24:00

 

 

▲     © 세종타임즈

최저임금인상에 내수 침체 탓에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나라경제의 기초인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우리나라 서민경제의 암울한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위기라는 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10.9%로 결정한 것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2020년 1만 원대의 최저임금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니 오로지 인상률에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이 벌고 많이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벌이도 시원찮은데 최저임금만 많이 주라고 한다면 한마디로 빚내서 최저임금을 주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적자를 내도 최저임금을 주라면 어떤 사업주가 견뎌낼 재간이 있겠는가. 당연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자영업자들의 폐업속출을 폐업대란이란 극단적인 용어로 표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정도가 매우 중중이며 심각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 내수 침체 등으로 올 들어 생활에 밀접한 소규모 자영업인 음식점 등이 줄지어 폐업하면서 그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고, 청산 산업 수요가 크게 높아지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과세 당국에 폐업 신청을 한 폐업자는 지난해 90만 8076명으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9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폐업자 수 65만 명보다 더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간이주점과 기타 음식점, 노래방, 문구점, 식료품 가게, 호프 전문점 등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전통적인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업종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올해 폐업자는 역대 최고인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더 이상은 못 버틴다.”는 것이다. 국민정신건강마저 피폐해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상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회사가 어렵고 가계가 어려워 도산지경이면 오히려 봉급을 반납해서라도 살려야 내 직장이고 최저임금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쫄딱 한 업장에서 무슨 최저임금을 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최저임금 인상이고 기둥뿌리를 흔드는 최악의 최저임금이라고 한다면 무엇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매년 인상폭을 놓고 노사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내놓은 인상률에 자영업자들은 새우등을 터지다 못해 초토화된다면 이 같은 최저임금정책은 망국의 길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공존공생,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협상이고 타협이지 나라 망하고 사업체 망하라고 임금 올려대는 것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 올려놓고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며 기초경제가 무너진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대답해보라. 올해에도 인상률만큼 보조한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결국 자영업자들은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이는 곧 자살과 다름 아니다.

 

벌써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계자들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장을 보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실상 속도 조절 필요성을 밝힌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은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최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특정 지점을 넘어서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눈에 띠는 대목이다. 랜들 존스 OECD 한국경제 담당관도 최저임금 인상이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고용을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최저임금 인상 폭은 지역별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며 “서울 명동과 전라남도의 수용 여력이 같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도 이러 할진데 하물며 당사자들은 오죽하겠는가를 미루어 유추할 수 있다. 엄청난 부정적인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이나 인기영합식 최저임금정책이 지속된다면 이는 자승자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프랑스도 이미 이런 부작용에 인상속도를 대폭 늦춘 나라 중에 대표적인 나라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벌써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올해 이미 62%대로 올라선 상태다. OECD의 2016년도 통계에서 50.4%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인상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민생경제는 파탄지경이고 불확실성이 커져가면서 시중에는 제 2의 IMF가 올 것이라는 소문마저 파다한 요즘이다. 서울이나 지방할 것 없이 중고물품업체에는 폐업물품이 넘쳐나고 텅빈 가게에는 굳게 잠긴 자물쇠만이 덩그러니 남아 폐허를 방불케 하니 민생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가져온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청년실업대란에다 폐업대란, 저출산고령사회, 자살률 최고의 나라, 적폐청산이란 이름아래 온통 검찰법원의 뉴스로 도배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서민들은 길거리로 내앉아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시간에 말이다. 아니 서민들이 나라를 말아먹으라고 동조했는가 묻고 싶다. 나라꼴을 어쩌다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국민들만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똑똑하고 잘난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허구 헌 날 민생과 서민경제, 청년실업해소를 들먹이며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폐업대란이란 오늘의 이 비극을 무엇이라 설명할지 묻고 싶다. 그리고 오늘의 사태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알고 싶다.

 

부정부패의 고리가 너무나 뿌리가 깊어 캐도 캐도 끊이질 않는 나라의 모양새이다. 어디까지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어떤 양태로 그 추한 모습을 드러낼지도 자못 궁금하다. 청렴하고 결백한 자세가 절실하다. 서민들은 절박한 경제현실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을 때 국민을 외면하고 뒤돌아서서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상모리배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국민경제를 볼모삼아 위험천만한 정책을 시도하거나 추진한다면 이는 역사적인 죄인의 길을 걷는 것임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IMF체제의 고통을 체험한 국민들이다. 아직도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또다시 나라경제가 이런 비극으로 치닫는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없다. 어린 아기 손가락 돌반지까지 몽땅 내놓고 다시 일으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정치인들이 말아먹은 나라를 아기 손가락 반지까지 내놓으며 벌인 금모으기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위대한 국민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것이 최저임금정책이고 경제라면 이는 재고해보아야 정책이다. 몇몇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중요정책을 입맛에 맞게 결정한다면 새우등 터지는 사람들은 애꿎은 서민들뿐이다.

 

다행히 국회 홍일표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27일 고용ㆍ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업종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한다.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의 중요성을 생각한 모양이다. 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에 청년ㆍ비정규직 등 취업 취약자가 근로자 대표 위원에 포함되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사용자 대표 위원에 포함되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기존의 문제점을 바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잘못된 것은 하루속히 고쳐 바른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바로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국민을 위한 법이 국민위에 군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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