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같은 거짓말 대잔치

김헌태논설고문

2019-01-13 11:17:00

 

 

▲     © 세종타임즈

새해벽두부터 사회가 어지럽다. 정치, 경제, 사회,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콧등 아물 날이 없다. 사회적 혼돈이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거짓말 대잔치가 벌어진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언사로 본질을 벗어나려는 비겁함이 추악하게 비쳐지는 요즘이다. 터지는 사건마다 진실과 정직함이 없는 아름답지 못한 비정상의 단면이 드러나며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자괴감을 안겨주고 있다.

 

경북예천군의회의의 추태외유와 거짓 해명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연수도중 박종철 부의장이라는 기초의원이 관광버스에서 여행 가이드를 폭행해 일파만파로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손사래를 치다 손이 가이드얼굴에 맞았다고 거짓해명을 하다가 CCTV영상이 공개되면서 개망신을 당하고 국민적 공분을 더욱 가중시켰다. 한마디로 수준이하의 졸작이다. 해외연수를 빙자한 해외관광임이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의원 중에 접대부까지 요청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추태외유가 점입가경이다. 합의금 3300달러와 170만원을 피해자에게 주었다고 하는데 이 돈의 출처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방토호들이 장악한 지방의회의 천박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 때문에 기초의회의 무용론이 또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 아니라 지방토호들이 기초의회를 지속적으로 장악하며 이른바 ‘먹걸이 장터’가 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태 외유'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에 '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예천군농민회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분노한 이들은 가두행진과 집회를 갖고 의원전원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의회는 박종철의원의 제명을 윤리위에서 결정하겠다며 마치 일개 의원의 추태로 몰고 가는 책임 전가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인 분노와 해당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전원사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민반발과 저항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의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득이나 곱지 않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기초의회가 이런 추태가 드러나면서 폐지 내지는 무용론에 도화선이 되고 있다. 참으로 추잡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심석희 폭행’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또다시 성폭행논란에 휩싸여 국민적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항소심 선고공판도 연기됐다. 심석희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게 상습적 폭행과 상해 뿐 아니라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면서 추가 고소했다.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을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심석희는 만 17세인 2014년 고 2 때부터 동계올림픽 직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재학시절 조 코치에게 발탁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진천선수촌을 이탈해 조 전 코치로부터 받아왔던 폭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결국 조 전 코치는 상습 상해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석희는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사실을 진술하며 눈물로 엄벌을 요청하기도 했다.

 

심석희 측은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을 가하면서 4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며 "한국체대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에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구체적인 장소와 정황까지 공개했다. 이에 조재범 전 코치측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체육계도 호떡집 불난 듯하다. 대한체육회도 사과문을 들고 나왔다. 체육계에 만연한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비단 이것만이 아니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한다. 앞으로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예천군 의원의 거짓해명과 판박이가 아닐지 모르겠다. 여기에는 CCTV동영상이라도 있었지만 이런 증거물이 없을 경우 오리발 사건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런 추악한 사건은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가려내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새해 벽두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건이 또 있다. 청와대 전 5급 행정관 34살 정 모씨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어 군 인사를 논의했다는 것인데 뒤늦게 육군은 참모총장이 불러내어 만났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청와대 군 인사 담당이 조언을 부탁해 서울에 오는 김에 만났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장성인사자료를 술집에서 분실했다.” “술집분실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참모총장을 만나고 나서 차에 가방을 두고 담배 피다가 잃어버렸다.”등등 제각각이다. 관련 스토리가 석연치 않다. 행정관 장성인사 자료 술집분실의 진실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카페만남에서부터 자료 분실에 이르기까지 주장이 각각 다른 거짓말 퍼레이드의혹이 짙다는 지적이 강하다. 진실게임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해명이 거짓말이냐 진실이냐는 것이다. 국민들만 헷갈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기치를 들고 국민들 앞에 나서고 있다. 현행 300명의 국회의원의 수가 60명 안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선거제도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가득이나 현행 국회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는 현실에서 국회의원수를 늘린다는 것이 과연 국민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는 군소정당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지 결코 정치발전을 위한 변화의 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수가 늘면 당연히 국민들의 혈세가 그만큼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의 업무행태를 보면 비효율의 극치라는 비난이 거세다. 여기에다 함량미달의 기득권세력들이 철밥통을 지키며 국민들의 자괴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공항갑질, 베트남여성비하, 장애인비하 등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안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공항갑질과 관련 해당 김정호 의원의 거짓해명은 공분을 더욱 키웠다. 물론 뒤늦게 보안직원과 국민들께 사죄한다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과정은 참으로 추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판도라 상자 같은 거짓말 대잔치가 과연 언제 종식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비록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정직하게 고백하고 사죄하면 될 것을 거짓말로 포장하다가 뒤늦게 개망신을 당하는 이런 사건들을 볼라치면 인성이나 가치관 등 기본자세와 정신적인 문제점을 엿보게 된다. 새해벽두부터 터지는 각종 불미스런 사안들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거짓말 대잔치가 되고 사회지도층들마저 국민들에게 양두구육의 언행을 보인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 참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이제 모든 분야에서 비겁하고 추악한 거짓과 불의한 가짜는 순간에 머물지만 아름다운 진실과 당당한 정의는 영원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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