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6이닝 4피안타 8K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지난 2001년 박찬호 선수가 개막전 투수로 나서 승리한 이후 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개막전 투수로 나서 완벽한 피칭으로 개막전 승리를 챙겼다. 짜증스런 날들이 이어지는 작금의 대한민국 분위기에 모처럼 류현진의 호투와 승리는 짜릿한 쾌감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더욱이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애리조나 크레인키에 신승을 거둬 류현진의 건재함을 개막전부터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다소 우려했던 마음을 일시에 거둬들이게 한 경기는 국민들에게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모처럼 류현진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저스 타선도 펄펄 날았다. 키케 에르난데스와 작 피더슨이 각각 홈런 두 방씩 때려내는 등 무려 홈런 8개를 기록했다. 이는 1988년 메츠와 지난해 화이트삭스의 개막전 6홈런을 경신한 신기록이라고 한다. 류현진이 잘 던지니까 타자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홈런 경쟁을 벌이듯이 시원시원한 홈런 퍼레이드를 펼쳤다. 모처럼 짜릿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게 되었다. 류현진 선수의 당당함과 승리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참 기쁜 소식, 좋은 소식으로 모처럼 국민 청량제가 되었다. 야구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인 모양이다. 특별한 좋은 소식이 없는 작금의 나라 분위기 속에서 신선하게 다가섰다. 아쉽게 패했지만 피츠버그의 강정호도 2타점 역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인상적인 개막전 경기를 펼쳐 기대감에 부응했다. 한국선수들의 쾌투에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국민들이었다. 지난 3월 29일 새벽의 소식이다.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했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온통 난장판이다. 정치는 여야가 늘 반목과 대립으로 한시도 콧잔등 아물 날이 없다. 틈만 나면 폭로전과 과거 적폐 청산에 혈안이 되어 가득이나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의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틈만 나면 유명인사의 성추행 폭로전이니 버닝썬이니 하면서 온통 난리가 아니다. 유명가수가 구속이 되고 수사선상에 올라 추한 모습들을 화면을 통해 보고 있다. 국회 장관청문회에서는 부동산 문제로 온통 시끌벅적했다. 한마디로 “털면 먼지가 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싶다. 일반 국민들의 통념으로도 인정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장관을 하겠다며 나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측은하기까지 하다. 국민들 앞에 모든 속살을 드러내 놓고 “죄송하”다“, ”송구하다“며 사퇴는커녕 그냥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니 도대체 청문회는 무엇 때문에 하는지 국민들의 식상함이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다 도를 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민원청탁성 ”아부형‘ 청문회 발언들이 이들이 과연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본질을 흐려도 너무 흐리고 있으니 낯이 뜨거운 것은 바로 해당지역구 주민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석기 시대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다.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정치판이 그야말로 나쁜 뉴스의 산실인 듯싶다. 사회적으로도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이나 사회 유력인사, 지도층들이 골든 메뉴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용두사미가 되어 유야무야 해버리고 만다. 과거 구원파 문제에서도 골프채를 주었느니 어쨌느니 하는 루머와 정치인들의 연루문제가 터져 나왔으나 이 역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장기 미제로 남겼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의혹이나 직권남용 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여 난리를 피우더니만 이제는 또 잠잠하다. 재판에 계류 중인 각종 불미스런 사건들도 소모적인 논쟁과 잡다한 폭로 전 속에서 진실게임의 백미를 장식하고 있다. 대한민국호라는 배안에서 크고 작은 불티가 이리저리 튀면서 마치 호떡집 불난 듯 난장판이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우리 사회가 동력을 잃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미래를 준비하는 세대들이 사라지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저출산에 앞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통계청 발표에서도 지난 해 13세 이상 국민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년 전보다 3.8%포인트 하락한 48.1%를 기록해 급기야 50%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미혼 남녀 10명 중 겨우 2∼3명 남짓만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산율마저 0.98명으로 추락해 3년 빨라진 저출산 재앙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13년간 저출산에 152조 7천억 원을 썼고 고령화 대응에 116조 7천억 원을 사업비 등으로 투입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곧 결혼이다. 미혼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출생아가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러 변화에 맞춰 투트랙 대응을 정부는 천명하고 있지만 본질을 잘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주거안정을 기해야 하며 양육제도가 현실적일 때만이 저출산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회용 대책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런 어두운 소식들을 늘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참으로 숨 막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남북문제, 남남갈등, 이념대립 등 산적한 현안 들이 우리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살얼음판을 걷게 하고 있다. 국민경제는 체감경제에서부터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대전 아이파크 시티 청약경쟁률은 무려 202대1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대출을 규제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고는 하지만 부동산은 역시 부동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대변인도 빚내서 개발예정지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나서는 정도이니 알만 하다. 장관 후보자들도 부동산 알부자들이 비일비재하니 도대체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공인이건 아니건 온통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누구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싶다. 서민들의 가슴만 먹먹해질 따름이다. 이제는 서민 흉내를 경계해야 할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매화타령’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적폐 중에 적폐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 무서워할 줄 모르는 정제되지 못한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은 공인자격을 사실상 잃어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프랑스 격언으로서 지도층으로서 걸맞은 도덕성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노블리즈 오빌리주’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무엇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는 요즘에 프로야구라도 개막되어 다행이다. 이런저런 암울한 소식들이 세상을 어지럽힐 때 그나마 프로야구에 몰입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정신건강을 되찾는 것도 또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른 아침에 들리는 저 멀리 메이저리그의 한국선수들의 낭보는 아침을 신선하게 했다. 모처럼 참 좋은 뉴스를 접한다. 앞으로도 배드 뉴스(bad news)가 아니라 좋은 뉴스(good news)가 더 많아져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마음이 바로 온 국민의 마음이자 힘겨운 일상을 딛고 걸어가는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들려온 류현진 선수의 승리투혼에 환호하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이 바로 이런 마음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