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참된 가치

김헌태 논설고문

2019-11-15 03:19:00

 

▲     © 세종타임즈


2020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전국 1,185개 시험장에서 무사히 끝났다. 수험생들이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도 홀가분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시험을 잘 봤느냐 못 봤느냐에 따라 희비는 엇갈릴 수는 있으나 그 최종 결과는 성적 발표일에 나올 것이다. 올해는 수능한파도 닥쳤으나 후배들의 응원열기 앞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염원들이 한데 몰려있는 곳곳에서 뜨거운 열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수능을 잘 치르려는 수험생들의 긴장된 모습에서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온 멋진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는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좋은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올해 수능시험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생각을 던져주고 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정상적인 입시 현실 속에서 그렇다.

 

대학입시를 향해 나아가는 수험생들의 정정당당한 모습과 편법과 불법, 변칙으로 수시전형을 통한 비정상적인 모습이 겹쳐진다. 이는 최근의 사태에서 총장상과 인턴 증명서 위조 및 허위발급 의혹 등 입시목적의 이른바 ‘스펙 쌓기’의 추잡한 사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수시입시에서 빚어진 이런 부당한 사례는 음성적으로 곳곳에서 빚어져 왔다는 점에서 많은 수험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정시모집의 대폭 확대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빚어진 이른바 입시부정은 늦었더라도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부정부패와 범죄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시에서 조차 비리가 판을 친다고 하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자 비정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전수조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교수를 비롯해 각종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이 이런 행태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입시는 물론 채용비리에서도 우리 사회 고위층들의 불법과 비리의혹이 회자되고 있다. 수시전형의 당락이 생각보다 은밀한 경향이 있어 사실상 당락의 이유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올해 동국대 수시합격자가 26명이나 당락이 뒤바뀌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5일 발표한 2,020학년도 수시모집 실기전향 합격자 14명이 불합격자로 처리되고 불합격자 12명이 합격자로 정정 발표했다. 그 이유는 오류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0월 24일 홍익대도 수시전형합격자를 잘못 발표하여 닷새 만에 11명이 당락이 뒤바뀌었다. 이런 합격자 번복은 서강대 로스쿨에서도 지난 11월 1일 발표한 1차 합격자명단에서도 발생했다. 학교 측은 오류를 정정해 이틀 뒤 재공고를 했지만 비난이 빗발쳤다. 많은 지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런 황당한 사고는 한마디로 수준이하의 졸작이 아닐 수 없다. 수험생들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에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하자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냉탕온탕을 오가게 하는 이런 황당스토리에 분노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지만 공신력을 잃고 있다. 만약 오류를 바로 잡지 않았다고 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비단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대학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지나간 입시에서도 이런 오류가 발생했으나 은폐하거나 시정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시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이다.

 

우리는 수능시험일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긴장된 모습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시험을 잘 치르거나 못 치르건 관계없이 정정당당한 수험생들의 진실된 모습이 입시비리를 조장하는 부류의 그 어떤 고위층들과 그들 자녀들의 추한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만 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 말로 그 자체가 값지기 때문이다. 편법과 불법, 비리, 조작으로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추악한 행태와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이런 비정상적인 자세는 우리가 추구하는 길이 아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성실한 수험생들과 학생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주었는지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수능시험이 던져주는 의미는 단순히 시험이상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우리 차세대들의 몸부림의 현장이다. 가슴 졸이며 한 문제 한 문제를 풀어나가며 꿈을 이루고자 하는 수험생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는 비정상의 일련의 수시입시행태는 지금이라도 분명 그 진상이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지났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이번 수능 세대들은 꿈과 희망을 갖고 달려가는 우리 사회와 나라의 차세대 동력이다. 비정상적인 자들의 추잡한 행각으로 인해 진인사대천명이라는 큰 가치관마저 흔들린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비겁한 짓으로 성실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드는 자들은 범죄자에 다름이 아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림'이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이것이 바로 정당한 수험생들의 마음가짐이다. 불의한 자들의 부패한 고리를 끊어내고 꿈과 희망을 향한 진인사대천명의 건전한 열정과 참된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바로 이번 수능시험의 뜨거운 현장이 강하게 일깨워 주었다. 입시비리 전수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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