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10월 1일이다. 30일부터 5일간의 연휴이다. 추석(秋夕)이 언제부터 행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신라에 이미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음력 8월 15일에 치르는 명절로 설날과 더불어 한국의 2대 명절이다.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추절(仲秋節)이자 중추가절(仲秋佳節인 추석의 다른 이름은 ’한가위‘이다. '한'이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가위'란 신라 시대 때 여인들이 실을 짜던 길쌈을 '가배(嘉排)'라 부르다가 이 말이 변해서 된 것이다. 추석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신라의 제3대 왕 유리 이사금 때 벌인 적마경기(績麻競技)에서 비롯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추석은 농경사회였던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연중 최대 명절이다.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낸다. 영어로는 ’Full-moon day‘라고도 한다. ’Korean Thanksgiving Day‘인 한국추수감사절이란 말도 있다. 1년 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보름달의 의미와 풍요로운 가을의 결실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 최대의 축제인 추석은 줄다리기, 씨름, 강강술래 같은 민속놀이가 펼쳐졌다. 가을의 풍요로움 속에서 펼쳐지는 민족의 최대 축제로 오늘에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민족의 고유명절이다. 일가친척이 모처럼 고향에 모여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는 전통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추석명절인 것이다. 해마다 추석이 오면 민족대이동이 펼쳐져 전 국민의 75%이상이 귀향길에 나서고 있다. 추석의 풍속도는 우리나라 민족의 애환과 궤를 같이 한다. 잘 살던 못살던 선물보따리를 들고 고향열차에 몸을 싣고서 들뜬 마음으로 고향을 향하던 향수가 남아있다. 그것도 발 디딜 틈조차 없던 완행열차를 타고서 말이다. 나훈아의 명곡 ‘고향역’은 바로 이런 마음을 담아 우리네 심금을 지금도 울리고 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을 향하던 소중하고 설레던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추석이야말로 우리 민족정체성의 상징이자 따뜻한 나눔의 마음과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고향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무한 가치의 명절이 아닐 수 없다. 민족의 고유명절인 추석이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했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며 벅찬 가슴을 억누르려 했는지 생각만 해도 엔도르핀이 넘쳐난다. 누가 뭐래도 추석은 가을 행복의 상징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말이다.
추석은 무엇보다 가족과 고향의 소중한 가치를 말하고 있지만 올해 코로나추석은 이런 소중한 가치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캠페인에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명절분위기를 차단시켜버렸다. 심지어 추모공원조차 폐쇄하며 성묘조차 하지 못하도록 고지하고 있다. 도로공사 측은 해마다 무료로 하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해는 이동을 자제시키려고 유료로 하며 혜택을 없애버렸다. 한마디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이다. 종전과 같은 민족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이 크게 우려된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고향방문을 하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추석의 주변 이동조차도 불안감 속에서 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숨 막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심지어 재래시장의 명절대목 분위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경제난의 심각한 양상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추석의 전통적인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힘겨운 경제난에 한숨짓는 모습들만 넘쳐나고 있다. 제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상당수 국민들의 소외감만 넘쳐나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에 너무나 많은 어려운 국민들이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는 것이다. 복지시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으면서 힘겹게 지내는 너무나 많은 코로나난민(?)들이 많다.
이런 추석을 앞두고 서해상 실종 공무원 47살 이 모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국민들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 22일 북방 한계선 위쪽 지점에서 피격되었고 소각 훼손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일파만파로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北 최고지도자 나서 이례적으로 직접 사과했는데도 ’북한의 우리국민 사살 및 화형 만행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내용을 보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다. 어찌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국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참으로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가득이나 코로나19 때문에 힘겨운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하고 있는데 여기에다 끔찍한 사건마저 벌어져 참으로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다른 모든 이슈뉴스들이 묻혀버릴 정도이다. 추석을 맞이하는 민심은 참으로 어둡기만 하다.
2020년 추석은 코로나 추석에다 실종 공무원 피살사건에 이르기까지 역대 찾아볼 수 없는 고통스런 추석이 되고 있다. 추석대목조차 실종되었고 미풍양속의 가치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저 5일간의 황금연휴가 겹쳐있는 듯 생각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이런 원인과 이유에 대해 분명히 알고 살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런 불이익을 당하고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그 근본 원인을 알아야 한다. 분명히 이는 코로나19의 창궐에서부터 비롯된다. 이제는 지역감염, 집단감염이란 이름으로 국민경제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있다. 영세사업자들이 줄줄이 도산하여 폐업하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PC방과 노래방도 200만원씩 지원하는데 관원들이 오지 않아 9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재난지원금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코로나 추석이다. 어렵고 힘든데도 참고 견뎌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견뎌낼 재간이 없다. 이런 업종들이 넘쳐나고 있다. 민심이 그야말로 흉흉하다. 서민들에게는 풍요롭고 행복해야 할 2020년 추석은 잔인한 코로나 추석으로 남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는 없다. 이번 추석은 차라리 잠시나마 고통을 접고 나훈아의 ’고향역‘을 부르며 일부러 향수에 젖어보며 억지 여유라도 부려봄이 어떨는지 권면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