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해 2020년의 세밑단상(斷想)

김헌태논설고문

2020-12-06 10:29:00

 

  © 세종타임즈


2020년 경자년 쥐의 해가 저물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은 2020년은 인류 역사에 최악의 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12월 6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는 6,662만4,207명이고 사망자는 153만1,159이다. 대한민국도 3만6,915명에 사망자는 540명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 나라는 미국이 1,486만2,058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인도, 브라질,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독일 순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유렵, 남미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 최초로 코로나 19가 발생한 2019년 11월 17일 이후 1년 여 만의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듣도 보도 못한 우한폐렴이란 용어로 연초(年初)인 지난 1월 20일 전날 우한에서 입국한 35세 중국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대구 경북지역에 집단감염 사태로 확산되면서 3월 개학을 앞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었다. 전국 확산의 매개가 되었던 신천지는 집중포화를 당했다. 올해 펜데믹이 되기까지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 19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것을 뒤바꾸어 놓았다. 어린아이 얼굴에까지 마스크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코로나19의 전파가 마치 애꿎은 국민들의 잘못인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무는 세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확산을 막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3차 대유행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총선에 이어 지난 3일 수능시험을 치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 세밑은 모든 것이 만신창이가 된 듯 자괴감으로 추운 날씨만큼이나 삭막하기만 하다.

 

올해는 보신각 타종행사도 사라진다고 한다. 송구영신의 마음조차 갖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답답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세밑의 모습이다. 더욱이 모든 이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코로나19보다도 더한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사나운 개 콧잔등이 아물 날이 없다’는 말이 어쩌면 그대로 실감이 나는지 법무부와 검찰의 치졸한 싸움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한 해 동안 멈출 날이 없을 정도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법을 다루는 법무부란 기관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검찰총장을 내치려는 수준 낮은 시나리오를 연출하며 국민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는 여론을 귀담아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검란’이라고 부를 정도로 검사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러는 순간에 월성원자력발전소 감사관련 산자부공무원의 구속과 이른바 ‘옵티머스사건’ 관련 검찰 조사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았다. 한쪽에서는 코로나 창궐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어 상인들이 비통의 눈물의 흘리고 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눈만 뜨면 싸움질과 갈등, 대립으로 국민감정을 외면한 채 표독하고 극단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개혁이고 정의라면 참으로 착각 중에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국민들은 모든 것을 눈치 채고 있다. 아마도 이 역시 2020년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2020년의 고통은 비단 코로나19 사태만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들이 벌이는 이상한 언론행태로 인해 국민들의 언론관이 달려졌다는 사실이다. 주요 메이저 언론을 통하여 정보를 습득하기 보다는 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 주축이 되고 있는 유튜브 등을 통하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같은 불신은 언론들의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가짜뉴스를 남발하고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위적이고 의도적인 뉴스는 이제는 먹히지 않는 시대임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인터넷 시대 정보를 얻는 방법이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진 시대가 바로 오늘날이다. 국민들 손에 휴대폰은 생필품이다. 심지어 노숙자도 휴대폰을 들고 다닐 정도이다. 새로운 정보는 카톡 등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달된다. 그러니 아무리 새로운 뉴스처럼 전달해도 댓글을 쳐다보면 거꾸로 기자들에게 역정보로 조언을 하거나 심지어 조롱과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쌍방향커뮤니케이션 시대의 모습이다. 지금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주요 매체들이 신뢰도를 잃고 있다. 특히 CNN은 허위정보전달을 꾸미는 추악한 회의가 고스란히 녹음이 되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한 마리로 호떡집에 불이 난 격이 되고 있다. 정론을 가장하는 허위와 작당의 수준이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 거의 언론사기집단 수준으로 이미 정도언론의 기능을 상실해 향후 존립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벌써 적자경영이 심각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올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 중의 백미는 성추문스토리이다. 대한민국의 최대도시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추문 관련 소식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결국 부산시장은 사퇴를 했으나 서울시장을 불행하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7월의 일이다. 한 때 미투사건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면서 많은 당사자들이 세간의 입질에 오르내렸다. 이 때문에 충남지사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도층들의 이런 추한 모습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한 한해였다. 대통령까지 넘보는 지도층들의 일탈(逸脫)이었기에 더욱 충격파가 컸다.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에 국민들의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가 이런 나라가 되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역시도 역사에 크게 기록될 것이다. 아직도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는데 그 안타까움이 매우 크다. 세월이 지나 국민들의 뇌리에는 사라지는 듯 하지만 결코 잊히지 않을 역사 속의 사건으로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지도층의 윤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 이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허상도 함께 짚어보는 계기를 던져주었다. 한마디로 2020년의 비극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도 경험했다. 지난 3월 임대차3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이른바 교란되었다. 수도권의 전세값이 폭등하고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6월에 부동산대책이라는 것을 내놓고 수도권과 대전, 청주 등지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이 40∼50%로 떨어지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오히려 박탈당하는 격이 되고 있다. 아파트 거래도 없는데도 배 이상이나 급등하는 현상에 IMF경제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기현상을 보게 된다며 혀를 차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종부세와 소득세, 지방세, 법인세 등 부동산증세 4법도 시행됐다. 온통 난리가 아니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정부가 내세우는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실패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려던 청약저축 서민가입자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 가득이나 코로나19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 대출마저 대폭 규제해버렸다. 청약을 통해 아파트에 당첨된다하더라도 50∼60%의 자기자본을 만들어야 하니 자칫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 호텔리모델링 임대주택 만족”등의 국토부장관의 말이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결국 3년 5개월 만에 교체됐다. 장수장관의 의미는 퇴색한 채 부동산정책 실패 장관의 오명만 남았다. 국민고통만 남긴 채 교체됐다. 참으로 졸작품이다. 분명 2020년 고통의 주역으로 역사에 역시 기록될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졸속으로 처리되어 지난 2017년 5월 30일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11월 26일부터 2021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신의료기관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에 따라 감염 예방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고는 하지만 입원환자 절반이 퇴원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책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입원실 규격·병상거리 조정안에 존립이 위태로운 정신병원들이 비상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감염책임을 병원에 돌리고 있는 것이 마치 코로나19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그런다며 국민책임으로 돌리는 것과 흡사하다. 입원실의 면적 기준을 1인실은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하고 있다. 입원실 당 병상 수도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며 병상 간 떨어진 거리도 1.5m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다 입원실에 화장실,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두도록 하고 있다. 내용은 그럴 듯하지만 과거 19대 국회에서 졸속 처리된 비현실적인 법을 만들 때와 유사하다. 탈원화를 유도하는 듯한 냄새가 풍긴다. 절반가량의 환자들을 내보내고 정신병원들이 과연 제대로 존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것이고 어불성설이다. 정신질환자들의 절반을 어디로 보내라는 말인가도 묻고 싶다. 가족이나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병별 분류치료서비스개선이다. 탁상공론식 개정안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추진으로 부동산정책을 실패한 국토부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가득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정신건강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무리하게 강행하는 개악의 시도는 평지풍파로 멈추어야 한다. 코로나19를 빙자해 일선에서 고생하는 병원들을 괴롭힐 일이 아니라 복지부는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확보해 국민들에게 하루라도 앞당겨 보급해야 한다. 벌써 영국은 접종을 시작했고 이어서 미국 등도 접종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나 감염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무리수를 두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졸속 처리된 정신건강복지법도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새로 시도하는 개정안도 역시 2020년 고통스런 역사와 함께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시간은 있다. 서둘 일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혜롭게 풀어간다면 그 해법은 나올 것이다.

 

세밑 끝자락에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연 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해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2020년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세밑에 서서 되돌아보는 2020년 쥐의 해는 한마디로 너무나 황당한 최악의 한해가 아닐 수 없다. 난파선의 쥐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한해였다. 돌이켜 보건데 코로나에다 부동산 폭등에다 경제난에다 싸움질, 지도층의 성추문일탈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나 심했던 한해였다. 아직도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고 청년실업은 유구무언이다. 그야말로 황당한 2020년이었다. 코로나19와 함께 땅에 묻고 싶은 최악의 해이다. 경자년이 다 가는 시점에서 조차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 무책임한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 묵은 때는 씻어내야 한다. 잠시나마 제 정신을 차리고 역사에 남을 황당한 코로나 한해를 뜻깊게 잘 마무리해야 한다. 비록 보신각 타종소리가 멈춘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2021년 '흰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바로 이것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와 갈등으로 점철된 황당하고 암울한 부정의 한해였다면 2021년은 긍정과 새 희망이 차고 넘치는 한해이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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