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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국 곳곳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중단, 미분양 증가, 그리고 건설사들의 부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위기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광역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건설업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수는 전년 말 기준으로 7만173가구에 달했다. 특히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2만1,000여 가구로 이는 2014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만 가구를 넘어섰다. 미분양 주택은 더 이상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고 그 피해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에 달하는 수치로, 미분양 주택의 비율이 수도권 1만6,997가구로 전월보다 17.3%가 증가했고, 경기도에서만 2433가구가 증가해 1만2954가구에 달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1420가구가 늘어난 4,131가구 대구는 632가구가 증가한 8,807가구로 대구 울산이 최악의 미분양중심지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심각하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 원인에는 2021~2022년 동안 대규모 과잉 공급이 이뤄진 뒤, 2024~2025년에 집중적으로 준공되면서 발생한 시차적 수급 불균형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는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고, 그로 인해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발생한 공급 과잉의 후폭풍으로 분석된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재건축 사업장의 약 43.2%가 사업 지연 또는 중단 위험에 처해 있다. 건설원가 상승과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수익성 저하, 그리고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많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24년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을 기준으로 138.7로 급등했다. 건설사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신고는 총 641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변보다 60건(10.3%) 늘어난 수치로 2005년 조사 시작 이후 최대치로 기록된다. 더욱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58개 종합건설업체가 폐업신고를 했고, 전문공사업체까지 포함하면 330여 건에 달할 정도다.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의 연쇄 부도 등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여기에다 건설업계의 고용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2% 감소했으며, 특히 일용직 근로자는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과 신규 착공 감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내수 위축과 경제적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통해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한 5조 원 규모의 공적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 펀드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함으로써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보증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보증료율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의 자구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을 조언한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미 환경·에너지 사업, 도시재생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을 통한 원가절감은 필수적이다. 건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모듈화 공법이나 건설정보 모형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인프라 수요가 많은 해외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은 위험 분산과 안정적 수익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건설업계의 인력운영 방식은 일용직 중심으로 고용 불안정성이 크다. 이는 기술 축적과 생산성 향상에 저해 요소가 된다. 고용 구조를 상용직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장기적으로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한국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경험이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자구적 혁신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이번 위기는 한국 건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친환경 건설, 품질 혁신 등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투자가 중요하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위기를 한국 건설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