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왜 이래?”

김헌태논설고문

2024-10-19 11:43:14

 

 

 


대한민국의 정치는 오랜 세월 부패와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었다. 최근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사건은 이러한 구태와 타락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치권 곳곳에서 정치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그 책임이 국민에게 전가되는 현실 앞에서 국민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 브로커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현실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왜 이래?"라는 국민의 울분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치 브로커의 어두운 그늘을 보자. 정치 브로커는 정치의 음지에서 활동하며 권력과 돈을 중개하는 중재자들이다. 이들은 정치인과 경제적 이익 단체를 연결해 주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명태균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수년간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적 거래를 주도했고, 이를 통해 정치권 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명태균 사건이 폭로된 후 정치 브로커들이 정치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정치 브로커의 활동은 한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정치 브로커들은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정치적 결정에 개입해 왔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교묘하고 복잡해졌다. 정치 브로커들은 정치인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특정 입법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자신들의 이권을 확보하려 한다. 최근 사건들은 이러한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며, 정치 브로커들이 얼마나 정치 전반에 걸쳐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브로커의 실체는 늘 존재한다. 이른바 정치판에 기생하는 존재들이며 생각 이상으로 그 뿌리가 깊다. 명태균 사건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정치 브로커들이 어떻게 깊숙이 관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 정부는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정치 브로커들은 항상 존재해 왔고, 그들의 존재는 단순한 부패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정당 내부의 권력 구조에 개입하고, 정치 자금의 흐름을 통제하며,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정치 브로커들의 활동은 정치권의 폐쇄성을 강화시키고, 정당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며, 결국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만든다. 정치 브로커들이 정당과 정치인 간의 거래를 중재하면서 그들은 정치권력의 일부로 기능하게 되며, 이는 정치의 본질적 역할을 왜곡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국민을 위한 정책 대신 소수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는 감춰지기 일쑤다.

 

정치 브로커들의 활개로 인해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신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민은 정치를 통해 더 나은 삶을 기대하지만,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뒷거래를 목격하면서 정치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절감하고 있다. 정치 브로커와의 밀착된 연계를 통해 얻는 이익은 소수의 정치인들과 그 주변 세력에게만 돌아가고, 정작 국민이 바라는 공익적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국민은 정치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작 등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정치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들은 부패와 음모로 얼룩진 정치판을 보며, 정치가 자신들의 미래를 책임지기보다는 소수 기득권층의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치적 현실 속에서 "정치가 왜 이래?"라는 한탄은 단지 과거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의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의 불안과 우려를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브로커 퇴치가 가능한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정치 브로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변화가 당연히 필요하다. 첫째, 정치인과 정치 브로커 간의 비밀스러운 연결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철저한 감시와 법적제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치 자금의 흐름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치 자금법을 강화하여 정치 자금이 불투명하게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행 정치 자금법은 여전히 허점이 많아, 정치 브로커들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법적 감시망을 촘촘하게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 정치 자금의 출처와 사용 내역을 명확히 밝히고, 정치 브로커들과 연루된 정치인들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치 브로커와 얽힌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처벌은 느슨하게 이루어졌고, 이는 정치 브로커들의 활동을 제어하는 데 실패한 주요 원인이 됐다. 그들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법적인 처벌은 물론이고 정치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체계적인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정치적 중재자 제도의 공식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정치 브로커들은 비공식적 경로에서 음모와 술수를 벌이기 때문에 그들의 활동을 규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공식적인 중재자로서 활동하게 된다면, 더 이상 음지에서 불법적인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브로커들의 부당한 영향력을 줄이고 정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이제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정치 브로커의 문제는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히 브로커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닌 정치 구조 전반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정당 내부의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구조는 이러한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당 내 권력 집중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과 당원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의 정치적 감시와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정치적 무관심은 결국 정치 브로커들의 활동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민이 정치적 부패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할 때 정치권은 비로소 변화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공익적 감시 기구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이들이 독립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이 같은 병폐는 중앙이냐 지방이냐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풍토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과 부패의 깊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 브로커들은 단순히 음모의 중재자가 아니라 정치판을 뒤흔들고 왜곡하는 주범들이다. 그들의 존재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때를 만난 듯 준동하는 정치 브로커들을 과감히 퇴치해야 한다. 정치인들을 구태의연한 작당과 추한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 브로커와의 유착을 끊어내고 정치권의 개혁을 통해 깨끗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만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브로커에 휘둘리며 폭로전과 협박에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추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요즘 “정치가 왜 이래?”라며 자조가 섞인 탄식과 우려를 쏟아내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지금의 정치는 ‘아니올시다’이다. 작금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 앞에 선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교만과 허구의 탈을 벗어 던지고 바로 서고자 하는 혁신적인 자세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런 진정한 자구노력이 없이는 국민의 신뢰도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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