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신건강 비상: 정신병원과 정책의 갈림길

김헌태논설고문

2024-10-08 07:23:09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정신병원의 병상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으며, 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국민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정책은 탁상행정에 머물러,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정신병원은 점차 사라져가고, 정신장애인의 입원 치료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신병원의 병상 축소, 그 실상과 문제점은 참으로 심각하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현실은 처참하다. 과거에는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병상수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으나, 최근 들어 복지부의 탈원화 정책에 따라 병상수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이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병원들은 많은 운영난에 직면해 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점점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병원은 필연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신병원의 병상 축소는 단순히 병상의 수를 줄이는 것 이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입원을 통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은 이제 적절한 입원처를 찾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병상 부족으로 인해 응급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입원이 어려워졌고, 이는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환자들의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신질환 관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다. 정부는 정신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목표로 탈원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탈원화 정책이 환자 개개인의 상태나 치료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은 그 특성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장기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병상이 부족해지고, 환자들은 의도치 않게 퇴원을 강요받게 된다. 재활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회로 내몰린 환자들은 다시 악화한 상태로 병원에 돌아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병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정신건강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심각하다.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차별과 고립감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격리되고, 다시금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탈원화 정책은 환자들에게 자립이라는 긍정적 결과보다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는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탁상행정과 탈원화의 문제점은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정신질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복지부는 탈원화 정책을 강행하며 정신질환자들을 사회로 내보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사회적 지원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늘 지적해온 재활 프로그램과 주거 지원, 사회적 통합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자립을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특히,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문제는 정신질환자들의 실질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탈원화라는 명목 아래 환자들은 보호의 손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적절한 자원이 주어지지 않아 환자 대부분은 다시금 병원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 병원을 퇴원한 후에도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의 지원 기관이 부족하여 치료 연속성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원이 나아가야 할 길 중의 하나는 지역사회와 함께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신병원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병원의 역할은 단순히 환자를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역할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탈원화 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는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과 지역사회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다. 병원은 장기적인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면서도, 퇴원 후에는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금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신병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특히, 정신건강 전문 인력의 확충과 재활 프로그램의 다양화는 필수적이다.

 

정신건강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은 시대적 요청이다. 현재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지속해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확충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지원과 취업 지원, 사회적 통합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하여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셋째, 정부의 정신건강 정책은 환자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특히, 병상 축소와 탈원화 정책은 무분별하게 강행될 것이 아니라, 각 환자의 상태와 필요에 맞춘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위기뿐만 아니라 최근 의료대란까지 겹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병원 인력 부족과 비현실적인 병상 축소 정책 등으로 인해 정신과 병동의 병상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입원을 원하는 환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병상을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긴급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조차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병상 축소와 탈원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병상 축소 정책을 재검토하고, 정신과 병동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의료 인력 확충을 통해 정신과 병동의 수용 능력을 높이고, 환자들이 적시에 입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퇴원 후에도 환자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연속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정신병원이나 정신질환자 모두가 위기 상황이다. 국민 정신건강도 비상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현실과 정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바로 보고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 모델을 통해 환자들이 입원 없이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는 단순히 병원이나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의료대란과 정신병동 축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병원과 지역사회 간의 긴밀한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자세에 달려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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