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의 위기와 청년들의 취업: 직업훈련 교육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안지안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2024-09-24 18:10:23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온 뿌리산업이 청년 취업 문제와 맞물리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기초가 되는 산업으로, 전통적으로 고도 기술과 숙련을 요구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청년층이 기피하고 있다.  

 

2023년 뿌리산업 일자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40대가 32.0%, 50대가 25.1%, 30대가 23.7%, 60대 이상이 8.7%로 50대 이상이 전체 종사자의 3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된 근로자들이 은퇴하면서 숙련된 기술을 가진 젊은 인재가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뿌리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기술 단절은 한국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 뿐 아니라 최신 기술을 반영한 직업훈련 과정인 3D 프린팅 기술과 스마트 제조 같은 직업훈련교육과정 개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직업훈련 교육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은 다소 낙관적이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뿌리산업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기술 부족만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뿌리산업의 인력난이 단순히 청년들의 기술 습득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보다 심각한 임금 및 근로환경 문제에서 기인한다.  대부분의 뿌리산업 관련 직종은 장시간 노동과 높은 육체적 노동 강도가 요구되며, 안전 문제까지 동반된다. 이러한 근로환경에서 단순히 직업훈련만으로 청년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청년들이 뿌리산업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또한, 3D 프린팅과 스마트 제조 같은 기술 접목이 뿌리산업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다. 기술의 도입은 분명히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만, 뿌리산업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들 – 예를 들면, 저임금, 고위험, 고강도 노동 – 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일시적인 대안에 불과할 수 있다. 청년들이 뿌리산업에 흥미를 갖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이 산업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근로 조건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 스타트업 지원과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 스타트업이나 혁신적 기술 융합이 뿌리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뿌리산업의 근본적인 성격은 여전히 전통적 제조업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그 적용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술 혁신을 통해 뿌리산업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는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실제로 이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뿌리산업의 인력난과 청년 실업 문제를 직업훈련 교육만으로 해소하려는 접근은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 채 지나치게 단기적 해결책에 의존하는 것이다. 뿌리산업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이 산업에 유입되도록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직업 경로를 밟을 수 있도록 임금과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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