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정쟁으로 점철되어 최악의 오명을 남긴 제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제 새로운 정치 지형이 펼쳐지는 22대 국회가 막이 올랐다. 이번 국회의 특징은 지난 21대보다 여소야대 상황이 더하다는 사실이다. 의석 분포를 보면 더불어 민주당 175석으로 제1당이 되었고 국민의 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각 1석이다. 의석 분포를 보면 제22대 국회는 상황이 더 어렵다. 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인 극단적 여소야대 구도다. 자칫 정치를 '비토크라시'(상대 정파의 정책, 주장을 전부 거부하는 파당 정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단적인 여소야대의 상황이 21대 국회( 범여권 114석, 범야권 182석)보다 격차 더 커 다수결의 맹신이 지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국민도 많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며 개점휴업 상황에 돌입했다. 원 구성을 놓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까 22대 국회가 사실상 또 '지각 개원'하게 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개원 첫 단추인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을 제때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기 시작한 1988년 13대 국회부터 이어진 '악습'을 22대 국회도 시작부터 어김없이 따르게 되는데 이는 위법이다.
여야의 22대 원 구성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포함해 총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에 175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6월 7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표결 처리하겠다"라면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의 논리를 내세우며 대립상황으로 가고 있다. 법사위의 경우를 보면 많은 의원이 재판에 계류 중임을 생각할 때 상당히 미묘한 기류를 보인다. 국회 문은 열었지만, 여야의 이해관계가 시작부터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상생의 정치가 아닌 대립의 정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럴 때 국회는 다수결로 법안을 몰아붙이던 21대 국회보다 더 극심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매우 크다. 지난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 윤 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시행령으로 법의 효력을 무력화하며 맞불을 놓았다. 자칫 이런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 이는 새 국회의 모습이 아니라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우려감이 팽배한 이유가 여소야대의 국회가 보여줄 수 있는 부정적인 모습 때문이다. 의석수를 앞세워 모든 것을 밀어붙이는 식이 되어버린다면 지난 2년 동안 실종된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국민 불신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국회를 향한 국민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국회는 참으로 해야 할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3차 세계대전 발발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시각까지 팽배하다. 국가안보를 위해 유럽을 비롯해 중동지역 등 나라마다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더하고 있다. 엄청난 민간인들의 인명피해를 불러오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의 참상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아비규환이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오죽하면 세계 각국이 휴전을 촉구하고 나서겠는가 말이다. 국제사법재판소도 전쟁범죄를 규정하며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체포영장까지 발부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에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긴급 명령했다. 극악무도한 전쟁으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사실상 하마스나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해 파국을 이끌고 있지만 전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잔혹한 인질극이나 나토가입 문제에 대처한다는 황당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북핵을 마주하고 있고 틈만 나면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우리는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치른 비극적인 참담한 역사를 안고 산다. 3년여의 전쟁 기간에 남한과 북한을 합쳐서 약 300만 명 가까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자로는 600만 명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민간인 사망자도 제2차세계대전보다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니 얼마나 참혹한 전쟁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대한민국은 이런 비극을 경험한 나라이다. 지금도 정전 상태로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 언제나 유비무환의 자세로 국가 안위를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국회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쟁이나 일삼고 한풀이 정치로 본문을 망각할 한가한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다 지방소멸과 저출생, 기후 위기 등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지을 국가적인 난제가 산적해 있다. 전국적으로 저출생과 초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안고 산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도시는 젊은이들을 보기 힘들 정도로 인구감소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지만 4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 0.6명대로의 추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 출생아 23만 명 붕괴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암울하다. 이제 탁상공론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낼 그런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세계 최악의 출생율로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한다는 착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저출생·초고령화의 사회현상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곧바로 생산인력 감소와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입학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병력감소 현상도 갈수록 더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 등 이런저런 이유로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을 정치권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각 당은 저출생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 놓았다. 이제 효율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범국가적인 차원으로 함께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대립과 갈등 조장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의정활동으로는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고물가 시대를 맞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저가 중국 플랫홈 공세로 인해 국내 유통 질서가 교란되고 있다. 고물가 시대 싼 물건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이제는 중국의 저가 상품이 국내시장을 안방까지 지배하는 시대로 변모했다. 해외직구 경제전쟁이다. 엄청난 저가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온·오프라인 시장 모두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통시장이 주저앉을 우려까지 낳고 있다. 고물가로 국내시장은 소비침체 현상이 심각한데 해외직구는 날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음식값도 크게 올라 외식업계도 손님이 줄어들어 울상이다. 관광지인 제주도도 손님이 뚝 끊어져 불황의 늪에 헤매고 있다. 최근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제주도 외식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하는 등 일부 터무니없는 상술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여기에다 엔저 현상까지 겹쳐 일본 쪽으로 관광객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고물가에 소비침체가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건설경기마저 바닥이다. 아파트를 짓고 준공해도 분양되지 않는 아파트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대구나 제주지역은 심각하다고 한다. 위기의 주택시장이다. 경제기조가 무너지면 나라 경제는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과거 IMF 경제 위기가 이를 말해준다. 기후 위기도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이 난리다.
위정자들은 이런 모든 문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에 몰입해 민생을 외면하고 나라의 현안을 내팽개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제22대 국회는 시작부터 한풀이 법안에 매달리는 소아병적인 여소야대 의정활동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난제를 풀어갈 해법을 찾는데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한다. 협치와 상생은 난제 해결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름지기 국회의원은 준법정신과 애국·애민정신이 투철하고 봉사정신과 겸양지덕의 자세로 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 이런 국민의 바람에 화답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제22대 국회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