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적 위기 상황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인구정책을 주도하던 저출산고령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됐지만, 실행력 있는 업무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 인구정책 부처 신설은 여러 가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환영할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2명으로 재작년 0.78명보다 낮아졌고 심지어 0.4분기에는 0.6명까지 무너져 내렸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38개국 중에서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출산율의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출산율을 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절벽에 맞닥트리고 있지만 말로만 저출산 대책이지 실제 출산율은 나락을 걷고 있다. 정부부서에는 지금도 1억 원을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는 설문조사나 하며 애드벌룬을 띄우는 한심한 발표나 하는 실정이다.
양육과 주거 교육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대책을 다 내놓고 젊은이들의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실재 피부로 와닿는 정책이 되지 않고 정책을 위한 정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세태가 되었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기초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는데도 출산만 유도한다고 저출산이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래서 16년 동안 280조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 모양이 된 것이다. 결혼에서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어 있으니 경제력이 없는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부총리급 장관을 임명해 무게 중심을 더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실행력이 높이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과연 출산율 반등의 해법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각종 저출산 대책을 쏟아놓고도 백약이 무효인 양 합계출산율은 끝없이 추락했다. 인구절벽이라는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며 대한민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지방에는 소멸도시가 생겨나고 초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지방 도시에는 젊은 세대들이나 어린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한 해 41만 명 이상이 생겨나고 있다. 내년에는 20% 인구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이제 노인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50년 후에는 인구 절반이 65세 이상이라는 경악스러운 발표도 나와 있다. 인구도 3,600만 명대로 인구 5,000만 명 시대도 오는 2041년에 깨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통계청의 분석이 아니라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방소멸을 넘어서 국가소멸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영국 석학의 섬뜩한 경고도 이미 나와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 대한 진단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진단이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처방이 마련되어 치료가 이뤄져야 함에도 치료는커녕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그동안에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 없는 것으로 대책을 위한 대책에 그쳤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수는 지난 3월 1,002만1,413가구로 사상 처음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가구의 41.8%에 이른다. 저출산·고령 사회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인구 전문가들은 그동안 무슨 제안을 해왔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무엇을 해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보고서와 책자만 만들어 탁상공론만 일삼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인구문제를 빌미로 국민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하염없이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방침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저출산은 주거, 육아, 일가정 양립, 노동, 수도권 집중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한 부처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대응기획부에서는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행력 있는 정부 조직으로 자리매김할지는 자못 궁금하다. 그동안 인구 전문가의 조언도 많았고 예산투자도 많았지만, 오늘날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최악인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감놔라, 배놔라’식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게 잘 아는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의 인구정책을 논하고 있었다면 벌써 출산율이 높아졌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업 위주로 정책이 추진되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부터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 관련 정부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구 부처 신설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는 인구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할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이는 당연한 논리다. 국가비상사태나 다름없는 한나라의 인구정책을 추진하는 부서가 뜬구름만 잡는 탁상공론만 일삼는다면 이는 국가역량을 소모하는 행태로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인구정책부처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미 국가 추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이는 벌써 노동인구의 부족 현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일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농번기에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은 금값이 된 지 오래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들 없이는 공사가 중단될 정도다.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가 비단 근로 현장뿐만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이 줄어들어 폐교가 급증하고 있다. 군대에서는 병력감소로 이어져 국방력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사회 전반에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이 처한 이런 인구문제 상황에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사실상 국가비상사태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저출산 대책으로 많은 대책을 공약으로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국가 문제는 단순히 인기 영합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부처 간 통합 관리 기능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양육 관련 현금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연간 12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걱정부터 하지만 이는 우선순위를 모르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위기를 벗어날 때이기 때문이다. 16년 동안 280조를 쏟아부은 나라가 위기 상황에서 필요경비를 쓰는데 예산 타령을 하는 것은 오히려 더 이상하게 들린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식이 되어서는 아무것도 될 일이 없다. 사회부총리가 이끄는 인구정책 부처를 만든다고 발표했으면 이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재탕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바라는 부처 모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인구문제를 갖고 정쟁이나 하고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
과거 예비군 훈련장에서 산아제한을 한다며 정관수술을 강요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저출산의 악몽에 시달리는 나라가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인구문제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이제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이 현실에 투영되어 젊은 세대들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해 행복한 가정들이 꾸리고 어린이들의 웃음이 넘쳐나는 밝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다시 탄생해야 한다. 이런 기초환경 마련을 위해 저출산대응기획부가 신설된다면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환영하고 마땅히 총력을 쏟아야 한다. 거버넌스 (governance)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방적인 정부 주도가 아니라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이 함께 참여해 공동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 국정운영 방식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국가비상사태인 저출산 문제에 관한 한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이나 정쟁, 우유부단한 추진 자세는 절대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과 출산율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내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