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

김헌태논설고문

2024-04-28 10:20:14

 

 

총선도 끝나고 이제 새로운 내일을 향한 준비도 끝났다. 여소야대 정국의 미래의 길은 아직은 미지수다, 오는 5월 30일이면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야당이 제1당이 되어 주도권을 갖기 때문에 여당과 정부는 힘겨운 국정운영이 불은 보듯 뻔하다. 벌써 그런 조짐을 보인다. 야당이 장악한 제22대 국회의 모습은 제21대 국회보다도 더 강경 분위기가 예상된다. 모든 것이 쉽지 않게 돌아갈 것은 뻔한 이치다. 와신상담의 심경으로 입성한 인물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판에 계류 중인 인물들도 있다. 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법무부 장관이었던 인물 두 명이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에 입성했다. 여기에다 당시 검찰총장과 반대 각을 형성했던 검사 출신들도 국회의원이 됐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각종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들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자의 34%가량이 전과자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과 8범도 있었다. 모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자 12명 가운데 최소 5명이 전과자 또는 피의자·피고인이고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받은 인물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인물도 당선되어 정당의 원내대표가 되었다. 돈 봉투 사건 혐의자 11명도 당선된 총선이다. 앞으로 관련 인물들에 대한 법적인 처리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당선이 곧 면죄부는 아니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2대 국회가 생산적인 장이 아니라 제21대보다 더 극심한 정쟁의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종 특검법이 양산되고 브레이크 없는 듯한 입법 독재가 우려된다며 벌써 불안감을 나타내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비생산적인 자세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국회가 된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처투성이인 인물들이 국민을 논하고 법치를 논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당과 야당이 상생하며 민주적인 논리로 국회를 운영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풀이 정치가 국회에 등장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갈등과 대립을 촉발하는 법이 양산된다면 이는 사회불안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무소불위의 장이 국회가 되어 입법 독재의 비생산적인 의정활동이 전개되는 것을 불안감을 느끼며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고 국민을 위한 선거철 공약을 준수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발전방안을 찾는 국회상을 정립해야 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소야대의 자만심에 젖어 비상식의 의정활동이 자행된다면 이는 새로운 갈등과 대립을 촉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 파업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하며 동조하고 있다. 폐해가 심각하다.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국민의 생명까지 담보하고 있는 이 사태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다. 대형병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병원 주변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마저 장사가 안되어 한숨짓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식이니, 국민도 의아해하고 있다. 정부와의 대치 국면은 강경일변도라 대화는커녕 제대로 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마지노선 게임을 하는 듯하다, 이러니 병원 운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이기도 하다, 벌써 병원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 자칫 도산 우려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끝나면 돌아갈 병원이 없어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 일반사업장에서도 파업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아예 폐쇄해 버린 경우가 많았다. 의료계 파업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상생의 자세를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대립과 갈등은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다. 정쟁이나 소모적인 대립에 몰입해서는 미래가 없다.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이런저런 갈등과 대립으로 사회적 불안이 심화하면서 급기야 물가까지 뒤흔들고 있다. 올해 초 야채, 과일 등 신선 식품 가격이 폭등했다. 이제 생필품·가공식품 가격 폭등 현상이 우려된다. 원재료 값이 너무 뛰고 그동안 오른 인건비, 전기세 등도 만만치 않아 기업들은 시중의 눈치를 보며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의 12개 생필품 가격이 당장 다음 달부터 인상된다. 과자와 김 등 식품 가격도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도미노 물가 인상의 신호탄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의 삶이 힘겨워진다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봉급이 깎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도 건설경기 부진으로 철근값은 오히려 크게 하락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란 순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민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사회안정을 기할 수 없다.

 

이런 난국에 처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정치싸움에 몰입할 것이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지는 민생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정쟁을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한풀이 정치나 정쟁에 몰입할 때 경제나 안보는 뿌리부터 썩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불안한 나라가 아니고 희망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이제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다가오는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위정자들의 자세가 절실하다. 물론 주인인 국민도 상식을 바탕으로 도덕심과 준법정신, 애국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라 없는 국민, 국민 없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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