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총선 유권자가 바로 잡아야

김헌태논설고문

2024-03-30 19:56:08

 

 

제22대 총선에 후보자들이 지난 28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거리는 요란한 유세차량들의 행렬로 선거운동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거리 유세도 펼쳐지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느 선거전과 마찬가지다. 각 선거 캠프에서는 유명 인사들을 내세워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들도 분주하다. 후보토론회를 개최하며 후보 검증에 나서고 있다. 후보토론회를 아예 거부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제22대 4·10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선거 벽보가 전국 8만3,600여 곳에 붙었다. 유권자의 통행이 잦은 장소의 건물이나 외벽 등이다. 총선이 시작됐음을 실감케 한다. 새로운 화제도 등장하고 있다.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3월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부산·인천·울산·경남·대구·경기 등 전국 각지 4·10 총선 사전투표소 등 총 40여 곳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의 사전투표 조작 여부를 감시하겠다며 이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후보 등록이 끝나자마자 한 후보는 갭 투기 의혹과 재산 허위신고로 공천취소는 물론 제명처분까지 당했다. 그런가 하면 31억 아파트 사려고 딸 명의로 11억 사업자 대출을 한 후보의 행각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후보자 남편의 전관예우 거액 수임 논란도 세간을 달궜다. 서민을 울린 다단계 업체의 사기 변호의 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38억 강남아파트 2채 후보와 20대 자녀에게 현 시세 30여억 원이 된 재개발지역 11억8천만 원의 부동산을 꼼수 증여한 후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다 박정희·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후보까지 등장했다. 총선이 막이 올랐지만, 이처럼 부실한 검증 논란과 후보자 결격 논란 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후보자들 가운데는 각종 논란에 휩싸여 몇 번이나 후보 공천이 취소되고 낙마하는 사례가 잦았다. 검증했다고 하지만 과거 행각이 문제가 되어 뒤늦게 이른바 읍참마속을 당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후보들의 행각이 새롭게 드러나며 총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검증은 각 정당이 알아서 하고 선택은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후보 검증단계에서 걸러내야 하는데도 이를 부실하게 한 책임이 해당 후보의 정당에 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편법대출을 사과하면서도 언론을 탓하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두고 도덕 불감증이라고 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편법대출 의혹과 관련해 “4월 1일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검사 결과 위법 부당한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회수 등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고가주택 구매를 위해 소득이 없는 딸 명의로 11억 대출을 했다는 점이다. 허위 서류제출에 따른 딸 명의의 사업자 대출은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언론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아무리 남의 탓을 하며 강변하고 완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혼탁한 총선의 한 단면을 장식하고 있다. 결격 후보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선 입후보자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22대 총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34.8%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오후 7시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686명 후보 중 전과 기록을 제출한 후보는 무려 239명이었다. 3명 중 한 명꼴이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전과 4범, 5범, 6범, 7범에서부터 심지어 최다 전과 보유자는 11범을 신고한 후보자도 있다. 이런 인물들의 얼굴을 벽보를 통해 보아야 한다. 유권자의 심경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총선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전과자를 공천해 놓고도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를 호소한다면 참으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회가 전과자들의 집합체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여기에다 감옥에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사람, 고등법원에서 2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대한민국 대명천지 총선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혼탁한 총선의 모습으로 역사에 회자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것을 정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몰래카메라 설치라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전투표소를 대상으로 설치했다가 발각됐다. 경찰이 용의자인 40대 유튜버를 검거했지만, 아직도 사전투표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선거의 논란을 불식할 책임이 주어져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시비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사전투표가 됐건 본투표가 됐건 공명정대하게 선거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민의 소중한 한표 한표가 부정선거라는 오명으로 낙인찍히는 선거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투개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올바른 총선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총선이 막이 올랐지만, 상대방을 비방하고 ‘내로남불’의 언행이 난무하고 있다.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후보들이 약점을 들춰내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이 판을 친다. 이는 공천받아서는 안 될 후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결격자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치부를 보기 위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다. 올바르고 성실한 일꾼을 뽑아 나랏일을 바르게 하라고 투표하는 것이다. 투기나 일삼고 부정부패와 불법 편법, 비리를 저지르고 표리부동하게 시정잡배와 같은 행각을 일삼는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전과자들이 판을 치는 제22대 국회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혼탁한 총선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정선거를 철저히 감시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이른바 사기 선거행태가 횡행하지 못하도록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막이 오른 이번 제22대 총선의 선거운동을 보면 내일의 대한민국 정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립과 갈등, 분열과 반복의 정치가 지속되느냐 국민을 위한 진정한 화합의 정치를 펼쳐나갈 것이냐 하는 역사적인 선거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선거이고 역사에 기록될 총선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동력을 살려야 하는 올바른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쌈판 정치 구도를 만들어 놓으면 4년 내내 국민만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당들이 전과자들을 내세우고 지지를 호소한다고 하더라도 옥석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이번 총선의 혼탁상은 앞서 지적한 사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유권자인 국민의 냉철함이 요구된다. ‘부화뇌동하는 투표’, ‘묻지 마 투표’로는 대한민국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과연 참된 일꾼인지는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선거홍보물도 꼼꼼히 챙겨보고 공약도 잘 살펴 국민을 위한 자세와 도덕적 인품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38개 정당이 등록을 신청함에 따라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이래 역대 최장 길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대 48.1cm보다 더 많은 정당이 신청함에 따라 3.6cm 길어진 51.7c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혼탁한 선거를 바로 잡을 사람은 바로 유권자인 국민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투표 순간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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