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김헌태논설고문

2024-03-09 15:15:31

 

 

 

 

새봄의 계절인 3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초중고 대학의 입학이 우리 사회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신입생을 영어로 플래시맨(freshman)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새로운 학생(new student)인데 풋풋하고 신선하고 새롭다(fresh)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새 학기를 맞아 각급학교에는 새로움이 넘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는 모든 것이 흥미롭다. 아이들에게는 희망찬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작이다. 출산율 0.6대로 추락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에 무려 157개에 달했다. 새 학기 첫날 입학식이 사라지고 텅 빈 교실은 공허함을 더했다. 대구에서는 1명이 입학하여 나 홀로 입학식이 회자가 되었다. 어린이들로 북적대며 활기찬 모습을 보이던 초등학교 3월의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 입학식이 사라진 곳을 보니까 전라북도 34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27곳, 강원도 25곳, 전남 20곳, 충남 14곳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합계출산율 0.5명대가 머지않았고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방소멸화는 이제 진행형이다. 총선을 앞두고 내놓는 정당의 공약이 무색하다. 백약이 무효인 출산 대책이 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눈가림식이 아닌 파격적인 특별 대책이 절실하다. 역대 이런 혼돈은 없었다.

 

지난 2월 20일부터 시작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3월에 들어서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이제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대치 국면을 보인다.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는 정부 측의 간곡한 외침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심지어 의대 교수들마저 동조하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면허정지 등 법적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정부 측의 강경 입장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으로 돌아온 전공의들은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다. 집단행동으로 의료현장을 떠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전공의들이 떠난 현장은 비상사태다. 대체인력을 통해 버텨 나간다고 하더라도 분명 한계는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 신청받은 결과가 놀랍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았다. 전국의 40개 대학교가 현재 의대 정원보다 3,401명을 증원해달라고 신청했다. 정부의 '2천 명 증원' 예상을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대학이 제출한 수요와 지역, 필수 의료 지원 필요성,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원을 배정한다.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원을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진료 거부에도 불구하고 의대를 증원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강경 대응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국 전공의 1만여 명에게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위한 1차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오는 25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하지만 의사들은“의대 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라며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집회도 열렸다.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도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지난 5일 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의료공백의 혼란 상황은 복지부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하는 국민보다 의료현장으로 돌아오라는 국민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세계에서 이런 사태로 대립하는 나라는 전무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혼돈은 과거에도 없었다. 참으로 의료현장은 혼돈의 극치를 이룬다. 차제에 국민투표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도 혼돈의 연속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기보다는 정당의 이익과 정치인의 한풀이가 뒤엉킨 신당의 출현 모습들이 선거판에서 요동치고 있다. 여야는 상대방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자기들의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갖은 논리를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말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을 탓한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표리부동한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국민만 헷갈리고 있다. 도대체 누가 문제이고 현재 상황이 누구 탓이란 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일들이 총선을 앞둔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제의 동지들이 이제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는 앙숙 관계로 둔갑해 버렸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치권의 셈법이 참으로 교묘해서 공천 결과를 놓고도 아리송할 뿐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 일꾼을 선정해 후보로 내세우는 지는 오는 4월 10일 총선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이합집산의 끝판왕을 보이는 선거판을 볼라치면 민주 질서를 향한 정치가 이토록 힘겨운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다. 분명한 것은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인물들 가운데는 도덕적 흠결이나 문제가 없는 인물로 철저히 검증된 인물이라는 주장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드러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자칫 민주주의 선거라는 이름 아래 세력 대결을 벌이고 권력을 쟁취하려는 이전투구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크다. 벌써 폭력이 난무하고 반대 세력을 향한 증오와 질시의 모습들이 돌출되고 있다. 선거기간 불상사가 우려되는 험악한 분위기다.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되고 비례대표가 확정되면 오는 21일과 22일 후보자가 등록되고 28일부터 선거기간이 개시된다. 전국이 총선 열기로 뜨겁게 달궈질 것은 분명하다. 멋진 선거가 될지 아니면 혼탁한 선거로 총선 이후에도 갈등이 심화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혼돈의 연속이 우려되고 있기는 하다. 총선을 향한 혼돈의 정치는 멈추지 않고 있다.

 

3월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너무나 크다. 추운 겨울을 지나 진정한 봄이 세상 만물을 소생시켜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새 생명들이 움트고 활력이 넘치는 세상을 향한 거대한 용트림이 시작된다. 이런 기운들이 곳곳에서 넘치고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뛰는 한국인의 기상을 보여주는 달이라는 점에서도 3월은 새 생명의 달이자 새 출발의 달이다. 이제는 춥고 어둡고 삭막한 겨울의 모습을 벗어던져야 한다. 새봄을 맞는 마음가짐이다. 신입생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활기찬 내일을 보듯이 3월의 모습에서 세상 만물의 약동과 번창을 기대해야 한다. 저출산 나락이나 의료분쟁, 선거 갈등 등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떨쳐버리고 이제 희망찬 봄의 향연을 맞이해야 한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모든 것을 바꿔놓아야 할 새봄이다.”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희망을 심는 3월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바로 작금의 대립과 갈등의 헝클어진 것들을 바로잡고 이 혼돈의 시대를 뚫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 희망의 새로운 씨앗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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