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 임하는 자세

김헌태논설고문

2024-03-03 13:36:26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각 당의 후보자 공천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의 주요 정당의 컷오프 대상자들은 예상대로 반발이 거세다. 탈당에다 단식, 심지어 분신자살까지 시도하는 극단적인 모습까지 등장했다. 공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신당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구애 작전을 펼치며 이삭줍기에 들어갔다. 급조된 신당들이 개혁을 논하고 새롭고 참신한 결사체인 양 포장하지만, 선거철 이합집산 정당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치이념과 철학, 가치관에 따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정치적 셈법만이 판을 치고 있다. 여야 주요 정당들의 공천작업이 막바지를 치닫고 있어 최종 윤곽이 드러나면 이른바 찬밥 신세가 된 정치인들이 탈당이 잇따를 것은 분명하다. 벌써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당과 공천 주도자를 향한 험악한 폭로전과 비방전이 극심하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향한 공천 마무리는 여야 모두가 자기 합리화를 위한 논리를 펴고 있지만 크든 작든 잡음 발생은 막을 수 없는 모양새다. 앞으로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자들까지 윤곽을 드러나면 22대 총선의 열기는 더욱 가열될 것이다.

 

이번 22대 총선의 공천자들을 추려내는 각 당의 전략을 보면 여야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은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흠결 없는 후보를 내세우고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경선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뜻을 접어야 하는 후보들의 실망감이 너무나 크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다선의 중진들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뜻을 접었고 심지어 경선에서 탈락했다. 변화라고 하면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다. 야당의 경우는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구 정치세력과 새로운 주도권 세력 간의 공천 갈등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살아난 후보들도 있지만 한때 야당을 호령하던 인물들이 추풍낙엽이 되었다. 이들의 행보가 간단치 않을 것 같지만 이른바 결별 절차를 밟지 않느냐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를 공천개혁이나 혁신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기실 정치권력의 주도권 쟁탈전이자 향후 전개될 정치 포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사당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탈당도 자유, 입당도 자유라는 강경 입장이 공천 결정을 뒤집지는 못할 듯싶다. 하지만 자기 세력들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던 인물도 단수공천으로 회생시키는 것을 보면 이른바 내 사람 챙기는 계파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분명 누군가 한 명은 후보가 되어야 하는데 경합이 치열하면 한 명 이외의 인물들은 불만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동안 총선을 준비하던 과정이 허무하고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선거전을 펼치던 예비후보들은 전략공천으로 컷오프되자 상대적 박탈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각 정당이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공천관리를 해왔다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하지만 승복하지 않고 반발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허점이 있지 않으냐 하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각 정당은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를 선택하고자 하는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자들은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를 갈등과 대립으로 이끌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제 새롭게 내 편이 된 사람들이다. 야당에서 탈당한 사람이 여당에서 전략공천으로 받기도 했다. 단적으로 더러운 꼴 당하지 않았다는 안도감마저 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정치에 관한 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듯하다. 이합집산의 승리자는 총선 결과에 따라 드러날 것이지만 정치의 비정함을 보게 된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선거는 국민의 축제이자 민주주의의 척도다. 후보자들이 결정되고 선거에 나서면 유권자인 국민에게 선택받아야 비로소 선거의 완성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들은 국민 앞에 내가 이런 훌륭한 인물을 내세웠으니 우리를 선택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다. 과연 그런 인물들이 국민 앞에 나서고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최악의 인물군으로 정치 불신의 상징이 되었던 22대 국회의 모습이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탈락한 예비후보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뤄진 결과물을 존중하고 민주 질서를 바로잡아가는 자세가 너무나 중요하다. 자기중심적인 편협한 논리로 세상을 재단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을 탈피해야 한다. 수많은 예비후보가 뒤안길로 물러섰다. 이제는 출마후보자들의 바른 모습을 찾아봐야 한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인물인지 아니면 선거철 정당의 포장물인지를 유권자들은 잘 살펴야 한다. 나의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인물이어서는 참으로 곤란하다. 참신하고 덕망 있는 인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진정한 눈물을 흘리는 헌신적인 봉사자를 찾아야 한다. 22대 총선에서 국민 앞에 서는 후보자들은 각 정당의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국민에게 더 감동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겸손하고 더 낮은 자세로 기존 국회의원들의 양태를 벗어나야 한다.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멸사봉공의 자세로 대한민국 낙후된 정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도 좌고우면하고 부화뇌동하며 ’묻지 마 투표‘를 하면서 민주주의 선거의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총선의 열기는 엄청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후보자 가운데는 한풀이총선출마자도 보여 우려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아온 대한민국의 명운이 이번 총선에 달려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총선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그 어느 선거보다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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