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세밑의 느낌은 아쉬움만 남는다. 새해가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보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늘 이때가 되면 한해를 정리하는 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다는 의미다. 나라 안팎으로 격동의 세월을 보낸 2023년임은 틀림없다. 되돌아보건대 황당한 사건들이 참으로 많았다. 신림역, 서현역 등지의 묻지 마 범죄에서부터 부산 돌려차기 사건, 부산 20대 여성 살인사건, 마약범죄 등에 이르기까지 강력범죄들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충격은 안겼다. 인면수심의 잔학성을 드러난 범죄로 엄중한 형벌이 선고되었다. 그런가 하면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도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드러나 서민 고통을 가중했다. 인천과 수원, 화성 등 수도권을 비롯하여 대구, 부산 등 전국적이다. 최근에는 대전에서도 전세 사기가 사회적 큰 이슈로 등장했다. 그 피해 규모만도 1,393명에 1,5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 86%는 20∼30대로 피해 금액 무려 1,500억 원 정도나 된다. 참으로 황당하고 안타깝다. 대전에서 발생한 피해자는 수도권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세종의 경우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로 1명의 임대인에게 수백 명에 달하는 청년들의 피해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다가구 주택에서 입주한 청년들의 피해가 크다는 것도 안타깝다. 전국적으로 볼 때 전국 전세 사기 피해자가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7개월여만에 1만 명을 넘어섰다. 황당한 전세 사기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2023년의 아픈 기억이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라는데 우려감이 크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문제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직 야당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미 관련자들은 구속되어 재판받고 있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 검찰은 관련자에게 5년 형, 3년 형을 구형했다. 나머지 19명의 관련 국회의원들도 본격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일부 정치인들이 검찰과 법원을 내 집 드나들 듯하고 있다. 공인의 몸가짐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 한 해 동안 줄곧 신물 나도록 듣고 있는 부정부패의 레퍼토리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만 스트레스가 쌓일 뿐이다. 정치 없이는 살지 못하는 세상이지만 정치인처럼 불신받는 대상층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야구나 축구, 배구 등 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시안게임의 열기도 그래서 뜨거웠다.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 투혼을 불사르는 선수들의 멋진 모습에 환호했다. 탈법과 불법, 부정부패를 멀리하는 청렴한 정치인과 정치 시대를 갈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비겁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노력한 흔적이 승리로 이어지는 스포츠 세계의 진정한 승부의 모습은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치인들의 부패는 국민에게는 불행이다. 공인의 바른 몸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2023년의 한해의 정치 파노라마다.
연말 출판기념회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예비후보자들의 얼굴 알리기다. 벌써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든 인물들도 많다. 공천받을지는 다음 이야기로 돌리고 지역구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중앙정치의 대변혁이 시작됐지만, 그것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투영될지는 미지수다. 공천받기 위한 과정이 그다지 녹록지 않은 이번 총선이다.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변화를 위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른바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다. 이는 곧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혈투를 방불케 한다. 아마도 신당도 이를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출현할 조짐이 보인다. 연말 신당 출현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시각은 싸늘하다. 특별한 추동력을 갖지 않으면 공천을 둘러싼 이합집산은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신당 출현과 이합집산은 철새정치인을 양산하고 기회주의적인 정치풍토를 조장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혐오의 실마리를 제공해 왔다. 정치인들의 셈법은 국민의 생각과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는 점은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수 없다. 내년 총선을 향하는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한 봉사와 헌신의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2023년 연말 등장하는 정치신인들도 국민 감동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의 심각성은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국내외 지적에서도 말해주고 있다. 세계에서 출산율 0.78로 꼴찌의 나라다.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지방에 가면 젊은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나라의 동력이 상실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이 모양이다. 2023년에는 국민이 50년 후에 대한민국의 참담한 인구분포를 접하고 놀라고 있다. 심지어 나라까지 소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심각하다. 이런 2023년의 대한민국 모습과 현실을 가볍게 알고 말로만 출산율을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세대들을 위한 묘책이 나와야 한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없으면 남의 나라에서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은 일본도 “아이 셋 낳으면 대학 무료”등을 내세우며 출산율 제고 파격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세월 지나면 자동으로 해결되리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낭패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구문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렇게 최악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이 지경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15년 동안 280조의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도 출산율 0.78로 이 모양이니 그 돈은 다 어디에 썼다는 말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내년 총선에서 이 문제가 큰 쟁점이 되어야 한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전쟁의 잔학성과 참담함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2023년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전쟁은 역설적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전쟁의 참상은 한마디로 비극이다. 가자지구의 모습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절규는 처절하다. 지난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이 무려 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미국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강도 작전 전환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나섰다. 21세기에도 이런 잔학한 전쟁의 참상을 목도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남의 나랏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너무나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치지도자들의 오판은 자칫 국민에게 엄청난 비극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자지구는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극의 당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우고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틈만 나면 핵과 미사일 도발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무사안일한 자세로 평화 타령만을 일삼아서는 결코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킬 수 없다. 2023년에 펼쳐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이를 말하고 있다. 6·25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다시금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이런 2023년이 이제 대단원을 마감하려 한다. 2023년을 보내면서 그 다사다난했던 모든 것을 다 함께 떨치고 싶다. 암울했던 것들은 역사 속으로 보내고 긍정의 불씨만을 남겨 내일의 희망을 그려야 한다.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2023년은 그래도 고마울 뿐이다. 아듀! 2023년 계묘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