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경망(輕妄)

박은철

2023-08-12 14:30:13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 말 속담이 있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서 모두가 익숙한 속담이다. 말을 잘못했기 때문에 받게 되는 해(害)를 표현하는 설화(舌禍)라는 말도 있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라는 아무도 안 듣는 데서라도 말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행의 중요성을 일컫고 있다. 말에 대한 속담은 너무나 많다. 한 번쯤 들어봄직 한데 요즘 너무 가볍게 알고 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이 씨가 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말속에 뼈가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등등이 있다. 말의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터득했다. 지혜가 넘치는 명언 중의 명언이고 해학이 넘친다.

 

어떤 사람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문제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 세 치밖에 안 되는 짧은 혀라도 잘못 놀리면 사람이 죽게 되는 수가 있다는 뜻이다. 말을 함부로 하여서는 안 됨을 비유하는 말로 이것이 바로 설화(舌禍)다. 요즘 설화의 주인공은 단연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다. 이제 혁신위가 종료됐으니까 전 위원장이다. 설화의 주된 내용이 바로 노인 폄하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은경이 지난 7월 30일에 청년과의 좌담회를 하면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가?"라고 질문하였다. "왜 미래가 짧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 1로 표결해야 하냐?"라고 발언하며 논란이 더욱 확산하였다. 자신의 둘째 아들이 중학교 1~2학년 시절 '왜 어른들이 투표로 우리 미래를 결정해야 하느냐'고 물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자기가 나이를 생각하면 평균적으로 오래 살면 사는 만큼 비례해서 투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을 했다"며 "중학생 생각으로서는 논리적이라서 '네 생각이 합리적인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수명비례 투표제’라는 말이 생겼다. 물론 파문이 걷잡을 수 없게 일자 뒤늦게 마지못해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지만, 이 설화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는 두고두고 회자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설화가 되었던 지난 2004년 정동영 당시 의원은 60, 70대 노인들은 투표할 필요 없다고 한 발언과 유시민 전 이사장이 같은 해 11월 강연에서 한 뇌세포 관련 노인 폄하의 발언 설화와 함께 새롭게 다시 등장한 셈이다. “남은 수명에 따라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라는 지난달 30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8월 1일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두둔 발언 파문으로 역시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다. 이 무슨 개망신인가 싶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1인 1표’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노인을 혐오하는 발언이다. 행간에 함축된 의미는 ‘미래가 긴 사람’과 ‘미래가 짧은 사람’을 대비하며 세대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파문당사자와 이에 부화뇌동한 사람도 모두가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고 "오해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써서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야말로 구시화문(口是禍門)의 본보기다, 즉 입은 화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뜻을 가볍게 알았다. 아무리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한다 해도 상처를 입은 노인 세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때는 늦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되돌릴 수 없다. 상처를 입은 노인 세대들의 분노를 대한노인회 회장을 만나 사과한다고 봉합되리라고 생각한다면 착각 중의 착각이다. 이런 수준의 사회지도층이고 정치인들이라고 한다며 자신이 뱉은 말의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 사려 깊지 못한 언행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으면 그 책임도 역시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을 떠나 노인 폄하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도 갖은 설화로 개망신을 자초한 사례가 아직도 회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것인지 참으로 경망스럽기 그지없다. 사회지도층이자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언행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언행은 무릇 모범이 되어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며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심사숙고(深思熟考)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려(思慮)가 깊어야 한다.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야 한다. 작금에 벌어진 설화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기존에 설화를 입은 정치인들과 더불어 두고두고 불명예스럽게 회자할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무더위와 태풍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짜증을 더하는 행태는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엉뚱하고 황당한 행각이다. 마치 천둥에 개 뛰어들듯이 날뛰며 신림역에 이어 서현역에서도 잇따라 일어난 묻지 마 칼부림을 연상시키는 황당한 행동이다. 그 피해자는 무고한 국민이며 시민이다. 흉기를 든 칼부림 못지않게 불특정 다수의 노인 세대를 향한 흉측한 말 폭탄은 마음의 상처를 깊이 남겼다. 그리고 건들어도 한참 잘못 건드렸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언행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노인 세대를 너무 가볍게 알았다. 한마디로 국민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생로병사의 자연의 순리를 모르는지 묻고 싶다. 노인을 향한 길은 모두가 가는 길이다. 자신들은 예외인 줄 알면 이 역시 착각이다.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은 최근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입조심, 말조심을 생활화해야 한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과 같이 말을 쉽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귀감(龜鑑)의 언어다. 경망스럽게 행동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향한 사자성어가 있다. 필부지용(匹夫之勇)과 소인지용(小人之勇)이다. 좁은 소견으로 혈기만 믿고 함부로 날뛰는 행동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품격이 낮은 시정잡배 같은 좀스러운 언행과 거짓 행동인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지도자 행세하는 정상 모리배나 위선자들은 이제 국민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 자체가 국민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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