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노래

김헌태논설고문

2023-04-02 15:11:27

 

 

4월이다. 완연한 봄기운이 산하를 감싸고 있다. 올해는 봄꽃 개화기도 빨라 벚꽃 축제도 앞당겨졌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한낮기온이 기후 변화를 실감케 하는 그런 봄을 맞았다.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가 4월의 시작을 알린다. 4월의 노래는 목련꽃으로부터 시작된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이 시는 김순애 작곡의 정취 어린 가곡으로도 유명하다. 4월이면 불러보는 노래이기도 하다. 왕성한 생명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올 4월은 목련꽃이 일찍 지고 벚꽃이 만개하다 보니 그 맛이 다소 달라진 듯하다. 하지만 4월이 우리 앞에 어김없이 돌아왔다.

전국 각지에서는 요즘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축제가 4년 만에 봇물 터지듯이 전국에서 재개되어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분홍빛 벚꽃 축제인 제61회 진해군항제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릉 경포대 벚꽃 축제장과 국립공원 계룡산 벚나무 꽃길과 국내 최장의 25km 벚꽃 터널 대청호, 부산, 제주, 속리산, 정읍, 순천의 정원박람회, 진달래 군락지인 여수 영취산, 대전 테미공원 벚꽃 동산 등 전국 명소에서는 인파가 몰려 교통혼잡을 이루기도 했다. 벚꽃이 활짝 핀 전국의 명소는 모처럼 코로나를 잊은 듯 봄꽃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분위기가 전국의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축제의 열기인지 마냥 새삼스럽기만 하다. 이런 것들을 잊은 채 춘래불사춘으로 살아온 지난 4년이 아쉽기만 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벚꽃 비’가 쏟아지는 나무 아래 정취를 즐기며 4월을 노래하고 있다.

 

4월의 시작은 참으로 평화롭지만 언제나 세상과 역행하는 정치판의 모습은 냉랭하기만 하다. 무슨 문제가 그리 많은지 국민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사사건건 부닥치며 극과 극의 대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종편들은 극단적인 패널을 등장시켜 이를 부추기고 있다. 대립각을 더욱 세우며 국론분열의 장으로 변질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의와 질서가 궤변을 늘어놓는 패널들의 넋두리에 농락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갖은 논리를 내세우며 ‘내로남불’,‘아전인수’의 대적 논리를 앞세우니 국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겁한 언행이 정치권의 이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여기에다 종편에 출연하는 단골 패널들의 해괴한 논리가 마치 정당성을 가장하여 전파를 타고 있다. 참 이상한 나라 꼴이자 정치판이다. 

 

코로나19 마스크가 대부분 해제되어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정치만큼은 아직도 삭막한 엄동설한에 머물고 있다. 세상 변화하는 줄 모르고 자신들의 틀 속에 갇혀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다. 핵 위협의 공포를 조장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침묵하고 반일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침을 튀기고 있는 것이 정치권이다. 아마도 반사이익을 챙기게 되는 무엇인가를 노리는 행각으로 보인다. 국민감정을 건드려 마치 왜정 때 독립투사라도 된 듯이 행세하려 드는 모습을 보면 역겹기만 하다. 국민 감동의 정치는 사라지고 오로지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반대의 정치다. 조선시대 ‘동인·서인, 노론·소론’의 붕당정치가 울고 갈 지경이다. 이러니 제대로 합치의 국정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국민은 물가가 치솟고 민생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해법은커녕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슬그머니 불만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그러니 민생 어려움은 쌓여만 갈 수밖에 없다. 대립과 갈등의 정치의 골이 너무 깊다. 춘래불사춘의 정치는 진행형이다. 만개한 벚꽃의 아름다움을 잊은 채 일제의 잔재인 벚꽃이라고 흥분하며 침을 튀길지 모를 일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벚꽃 축제가 이번 주 펼쳐진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있는 축제들이 모두가 4년 만에 펼쳐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축제의 의미가 매우 크다. 벌써 서울 여의도는 축제에 앞서 상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축제를 기다리는 것보다 마음이 더 앞서는 왕성한 봄기운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4월 초입에 이렇게 상춘 행렬이 이어진 것은 아마도 그리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동안 너무나 삭막한 분위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일상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은 더욱더 보기에 눈이 부시다. 봄꽃의 향연은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상춘객들의 모습에서 더욱 진하게 느낀다. 어린이들의 세상은 올해는 4월부터 시작된 듯하다. 그동안 마스크에 가려진 어린이들의 환한 얼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 마치 봄꽃이 토해내는 아름다움과 평화가 물든 듯 다가선다. 참 보기가 좋은 모습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비록 목련꽃은 일찍 개화하고 사라졌지만, 4월을 노래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서울 여의도의 벚꽃 축제가 그 절정을 이룰 듯싶다. 

 

이런 아름다움과 평화가 넘치는 4월을 맞아 정치권도 긍정적인 변화를 둬봄이 어떨까 싶다. 이제 내년 4월 10일 총선도 1년가량이 남았다. 정치적 심판의 날이다. 이제라도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멈추고 국민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로 다가서야 한다. 정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치 없이는 나라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는 민주주의의 토양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나라, 정치인이 삼위일체가 되어 나라가 부강해지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태민안의 기본을 잃지 않고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 올 4월이 4년 만에 펼쳐지는 축제의 장이라고 한다면 내년 4월 총선도 국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전국에서 펼쳐지는 봄꽃 축제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이유는 그동안 잃어버린 일상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마음이 모인 때문이다. 모든 어려움을 잊은 채 봄기운에 젖어 왕성한 활력을 되찾는 모처럼의 4월의 봄이다. 정치권도 4월이 던져주는 의미만큼 대오각성하여 민생을 진정으로 챙겨야 한다. 4월을 ‘잔인한 4월로 만드느냐 아니면 평화로운 4월로 만드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세상의 순리를 바르게 깨닫고 나아가는 길뿐이다. 코로나19의 시름을 이기고 평화로움과 자유를 싣고 다시 돌아온 4월의 노래를 마음껏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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