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가 정치탄압인가?

김헌태논설고문

2023-03-12 13:15:29

 

 

요즘 대한민국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헷갈리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바로 ‘정치탄압’이란 용어의 등장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정치탄압이란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용어를 야당이 들고나와 현 정권을 매도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마치 지금이 독재 정부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그토록 검찰의 손발을 묶고 무력화시키려는 법까지 만든 정당이 인제 와서는 검찰 독재를 운운하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검찰이 수사하거나 재판 중인 사건들은 모두가 범죄 의혹이 짙은 사안들이다. 이를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매스컴들이 크게 부각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공권력이 투입되어 죄의 유무를 가리는 행위를 정치탄압이란 용어로 길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괴이하게 짝이 없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이 정도로 상황판단이 자기중심적이라고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정상행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아니올시다’이다. 책임 전가용 구호로 정부와 검찰을 매도하기에는 수사의 진척도나 재판의 진행이 너무나 많이 나가 있다. 그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다만 시간문제다.

 

과거 유신독재나 군사독재 시절은 민주화 투사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그 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 중량감도 넘쳤다. 3김 시대라는 말이 이제 옛말이 되었지만, 민주화의 역정을 되돌아보는 의미깊은 정치용어였다. 민주산악회, 민추협 등등 민주화의 상징처럼 되었던 당시의 조직들은 국민의 높은 지지와 기대를 모았던 조직으로 추억된다. 무수한 정치인들이 탄압을 받고 심지어 고문까지 당해 망가진 몸을 가지고 평생을 지낸 분들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고 기성세대들은 익히 잘 알고 있다. 1987년 6.29 민주화선언으로 대통령직선제가 실현되면서 대한민국 민주화는 국민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2023년인 지금까지 국민의 손으로 정치판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군부 쿠데타를 경험한 국가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의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길거리에 나와 저항하고 최루탄이 난무하며 민주화를 위한 숱한 희생을 치렀다.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소중한 금자탑이다. 이런 대한민국을 지금 야당은 검찰 독재라는 이름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탄압이란다. 국회 과반수가 넘는 169석의 의석으로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제1야당이 탄압을 받고 있다는 말 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다. 작은 말거리만 생겨도 길길이 뛰며 갖은 험담을 늘어놓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엄살을 부려도 참 졸렬하게 부린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이 헷갈리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이 정도 수준이고 제1야당의 모습이 이 정도라면 실망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과거 민주정당의 깊이가 보이질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변질하였는지 안타깝고 그 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거세다.

 

검찰과 경찰이 야당 정치탄압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공권력을 행사하여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 국가조직이다. 이는 사회안녕을 위한 것이고 국민을 위하는 행위이다. 이를 탓할 이유는 없다. 국회가 만든 법을 집행하는 조직일 뿐이다. 공권력을 이용하여 정치 탄압하라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1년밖에 안 된 정권으로 아직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정권을 향해 검찰 독재니 뭐니 하면서 매도하는 정치 행위야말로 언어폭력이다. 다수당의 횡포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비겁한 행태라는 목소리가 높다. 법과 질서를 솔선해서 지켜야 하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는 행위’를 해서는 국민이 이해할 수 없다. 각종 발언이 개그맨 뺨칠 정도로 황당해 고소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오정 정치 행각에 국민의 비아냥을 듣는 국회의원들이 버젓이 얼굴을 들고 국민 앞에 나서고 있다. 은인자중해야 하지만 마이동풍, 마이웨이다. 기가 막힐 정도다. 여당에도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가 존재하며 늘 바람이 잘 날 없다가 요즘은 소강상태지만 ‘정치 스트레스’ 인물군들의 희한한 주장과 논리를 접하다 보면 정치가 원래 이런 것이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증폭된다. 

 

어깃장을 놓는 것이 정치이고 내로남불이나 아전인수, 똥 싸고 매화타령하는 후안무치가 덕목이라고 한다면 이런 정치는 개혁 대상 제1호다. 지난 정권의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고 무수한 공직자들이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이들 가운데는 무죄를 받고 나온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탄압을 누가 했는지 묻고 싶다. 탄핵도 마찬가지다. 지나놓고 보니 국민이 선동정치에 당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예도 있다. 이는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 국민은 역시 묻고 있다. 적폐청산을 주도하며 그 연장 선상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것부터 답해야 한다. 특히 지난 정권의 책임자인 야당이 그렇다. 

 

범죄수사 곧 정치탄압이라고 하면 현재 계류 중인 사건들도 같은 논법 적용이 가능한지 자못 궁금하다. 최근 관련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관련된 인물들이 다섯 번째로 세상을 떠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이런데도 범죄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매도해야 한다면 그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왜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지 이것이 정당한 정치 행위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만일 재판을 통하여 범죄수사가 정당하고 관련자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지금 주장하던 정치탄압론자들은 어떤 책임을 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 하는 행각이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행각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무고한 사람을 공권력을 이용해 수사하면서 고통을 주는 범죄수사라고 하면 이는 당연히 철퇴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범죄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범죄수사를 하지 말라고 한다면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주장에 불과하다. 경거망동도 이런 경거망동이 없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정치탄압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범죄의혹이 드러나면 법대로 하면 된다. 법의 잣대는 권력자라고 해서 다른 잣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을 더 잘 지켜야 하는 국회의원이나 지도층의 비리는 가중처벌되어야 한다. 범죄수사가 정치탄압이라고 외쳐대는 야당의 추한 논리가 왜소해 보이는 이유는 골리앗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죄는 법대로 하면 된다. 범죄수사가 정치탄압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자기들 편 이외에는 없다. 

 

작금에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길거리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마주치고 있다. 무엇이 정도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검찰독재가 아니라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으로 밝혀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고 민주주의의 참가치다. 이상한 나라처럼 이상한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작금의 세태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다행인 것은 내년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수준 이하의 물갈이 대상 인물들이 수면에 떠 오르고 있다. 물론 부정부패 비리 연루자는 정치탄압이 아니라 범죄수사 대상으로 국회행이 아니라 감옥행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범죄수사는 정치탄압이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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