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

김헌태논설고문

2023-01-24 10:43:09

 

 

 

 

인구절벽이란 생산 가능한 인구인 15세에서 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촉발하게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절벽에 직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초저출산에다 급속한 고령화가 이를 촉발하고 있다. 역삼각형 또는 역 미라미드 형태의 인구분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인구수는 5,155만8,034명이다. 연령별 인구수는 0세에서 14세 11%(568.6만 명), 생산연령인구인 15세에서 64세가 70.5%(3,537.2만 명), 65세 이상 고령인구 무려 18.4%(950만 명)이다. 15∼64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감소 폭도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15세~64세 경제활동인구 2030년까지 125만 명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70년 생산연령인구는 46.1%, 고령 인구는 46.4%, 유소년인구는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 감소 현상으로 곳곳이 비상이다. 지난 2014년 대학입학정원이 54만9,701명으로 고교졸업생 67만3.79명 중에 56만9,845명이 대학입학희망자였다. 하지만 해마다 고교졸업생이 줄어들어 대학입학정원마저 51만2,036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9년부터는 대학입학희망자가 대입정원보다 줄어 대학마다 비상상황이다. 2023년도는 더욱 심각하다. 46만6,807명의 졸업생 중 대입을 희망자는 39만8,157명으로 대입정원 51만2,036명보다 무려 11만3,879명이 미달이다. 역대 최저로 미달학과 속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학의 존립마저 위태롭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만도 2019년에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300만 명 시대를 가고 있다. 다문화 시대를 걷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근로자 수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 100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30만 명이 넘는 불법체류자도 근로현장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다 계절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른바 3D 생산현장을 점령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영세 중소기업의 공장에서 이삿짐센터, 식당 주방, 건설 현장, 요양병원, 농어촌 등 일손이 부족한 모든 업종에 퍼져있다. 3D(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 일자리는 대부분 외국인이 맡고 있다. 농어촌에서는 이들 없이는 이제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이고 귀빈 모시듯 한다. 충남 예산의 어느 사과 농가 수확기에 하루 일당이 22만 원이었다. 농장주도 잔소리조차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농촌에서 근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골라서 일을 할 정도라고 한다. 부여군 등 지방자치단체는 아예 조례를 만들어 계절 근로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외국인 근로자 상전 시대다. 세종시 건설 현장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면 건설 현장이 ‘올 스톱’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이다. 조치원읍에는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들이 대거 눈에 띈다. 나라별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절벽이 가져오는 현상이자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현상이다. 이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청년취업은 바닥이다.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이 기구는 앞으로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를 전망하고 분석하며 인구정책의 근간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까지 추진한다고 한다. 그 실효성이 궁금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출산장려금과 혜택을 쏟아 내놓고 있다. 올해 출산하는 부모는 0세 70만 원, 1세는 35만의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출산축하금도 200만 원, 500만 원 등 다양하다. 산후조리원 비용도 지원하는 곳도 있다. 출산을 장려하는 대책도 지방자치단체마다 각양각색이다.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에 대한 일관성 있는 종합대책이 절실하다. 출산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출산문제를 총괄하는 범부처 기구가 설치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짜임새 있게 하는지 국민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자리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 실제 인구정책의 근간을 논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가 위기관리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인구절벽의 위기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인구가 줄어든 시군구는 전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체 시군구 두 곳 중 한 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지역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소멸’에서 일부 수도권과 광역시 인구까지 줄어드는 ‘지역소멸’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위기 지역은 총 59곳으로 조사됐다고 지난해 11월 13일 밝혔다. 소멸위기 지역 중 가장 위험성이 높은 ‘소멸위험 지역’은 9곳으로 3.9%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충남 금산군의 경우 복수면은 출생자가 단 한 명도 없고 대부분의 면 단위가 한두 명에 그치고 있다. 금산군의 지난해 출생자 수는 129명이지만 사망자 수는 무려 697명이다. 자연감소가 568명이다, 부여 등지에도 마을에는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시골엔 다문화가정이 주류를 이뤄가고 있다. 인구절벽을 넘어서 인구 위기이다. 

 

정부건 지방자치단체건, 정치인이건 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출산·육아장려책은 물론 젊은이들의 결혼과 취업, 주거대책 등도 종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2006년 이후 15년 동안 쏟아부은 저출산 예산이 무려 380조가 넘는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2022년 OECD 합계출산율 0.81명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인구절벽은 경제불황으로 이어지고 심각한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생산과 소비의 원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구절벽은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만큼 장단기적으로 이를 해소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탁상공론만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소멸위험 지역 문제는 인구문제에서 비롯된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없는 소멸위험 지역에는 노인들만 모여 살고 있다. 식당도 서둘러 문을 닫고 5일 장날도 썰렁하다.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는 이유도 인구문제다. 모든 것이 인구감소에 따른 도미노 현상이다. 아파트 미분양, 대학미달, 농어촌인력 부족, 외국인 근로자 급증 등등이 대한민국 인구절벽의 냉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아파트값 폭락을 말하며 세종의 눈물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인구절벽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눈물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추동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위정자들은 쌈판 정치, 갈등정치, 반목과 대립의 정치를 멈추고 나라의 안위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정상모리배들의 배부른 정치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하고 새로운 동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뼈아픈 현실을 바로 보고 대안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구태의연한 떠버리 정치인들을 퇴출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초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일꾼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눈물을 닦아줄 난세의 영웅이 그립다. 새해에는 출산율이 더욱 높아지고 나아가 출산율 최고의 나라라는 소식이 올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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