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김헌태논설고문

2023-01-15 11:27:03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전쟁으로 시작되어 전면전으로 돌입한 전쟁이다. 해를 넘겼다. 애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고 승전하는 것을 목표로 가용 병력의 95% 가까이 투입하는 전면적인 군사적 개입을 강행했다. 이는 착각이었다. 단시일 내에 점령하리라는 계산은 빗나가고 전쟁의 장기화로 인적· 물적 자원이 고갈되고 서방 주요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제재 단행으로 국제적 고립 상태에 처했다.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있었던 경제적 혼란 못지않은 위기 상황이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미국 등 서방에서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전쟁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는 엄청난 미사일과 포탄을 쏘아대고 이제는 싸울 무기도 떨어져 중국에 군사원조를 요청하는 추한 모습도 보인다. 핵을 갖고 있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체면을 완전히 구긴 전쟁이다. 사실상 패전을 향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제2의 군사 강국의 추락이자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푸틴의 몰락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강제징집을 당한 러시아의 수많은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소중한 목숨을 희생당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오판이 불러온 참상이자 비극이다.

 

6·25전쟁의 연장 선상에 서 있는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를 거울삼아야 한다. 남의 나라 전쟁으로 단순히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떤 변곡점을 제시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러 관계, 미·중 경쟁, 동북아시아 역내질서에 미칠 영향과 북한의 상황 전개도 자세히 살펴보고 군사적 액션을 잘 지켜보아야 할 때다. 벌써 북한은 기하급수적인 핵무기 증강을 천명했다. 그리고 남한을 주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북한이 우리를 주적이라고 하면 우리의 주적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북한이다. 대량살상 무기인 북한 핵이 자신들이 말하는 주적인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를 향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단순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당연히 대비해야 한다. 북·러관계의 긴밀성과 작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이 대북관계에 대한 이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간을 보기 위해 무인 드론을 서울 상공에 날려 보내고 수시로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우리를 위협하는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 안보위협 대비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게 하는 대목이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우리도 이제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말이 대통령에게서 나올 정도다. 미국의 핵우산만을 믿기에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역내질서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자신의 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3일 화상으로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 안보 장관이 참석한 2+2회담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양국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들 나라의 움직임에 대해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국제적 질서를 위협한다."라고 우려했다. 하야시 일본 외무성 장관도 모두 발언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이익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이 결속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일본의 안보정책에도 중요한 한 해 임을 강조했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새 연구개발 협정에도 합의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결코 주변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말해준다. 특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일 외교 국방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위협"이라며 "가장 최근의 발사로 다시 그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힌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새 위협에 미일 공동대응도 천명했다. 미일 장관들이 모여 이런 심각성을 지적하는데 우리만 태연자약하고 정쟁이나 일삼고 신선놀음을 벌인다면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다. 안보위협을 외면한 평화 타령은 국민을 배신하는 여적죄와 다름없다. 핵을 갖고 우리를 위협하는 북을 대상으로 종전협정을 맺자는 주장도 모순덩어리다.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행위는 여적죄(與敵罪)다. 대한민국 형법에서 여적죄는 오직 사형만이 절대적인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 부닥친 한반도 정세다. 그동안 간첩들이 곳곳에 둥지를 틀고 암약해온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정치권에까지 파고들어 암약했다고 하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북한식 용어들이 난무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구호들이 넘쳐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 사회단체에도 침투해 간부로 활동해온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어디까지 침투해 얼마 동안이나 암약해 온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들이 우리의 주요 군사정보를 빼 내가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며 남남갈등을 유발해온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방산 등 군사관련 지역에서 암약하는 간첩들도 색출해야 한다. 그동안 백주에 활보하는 간첩들을 잡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진보 좌파라는 것이 간첩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미국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노선이 다르다. 그렇다고 자신의 나라를 해하는 간첩까지 용인하는 정당들은 아니다. 마찬가지다. 우리를 주적이라고 침을 튀기면서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돕거나 이를 옹호하는 세력들이 있다면 이들은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반역자이자 매국노이다. 국민을 해하는 여적(與敵) 세력이다. 이런 세력들이 대한민국에서 안보는 물론 법과 질서를 논하고 있다면 어불성설이다. 적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아군을 향해 총을 쏘는 세력이다. 북한이 우리를 주적이라고 했다. 우리를 향해 핵미사일을 쏘겠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주적도 북한이다. 6.25 전쟁은 남북 간 동족상잔의 전쟁이다. 아직도 연장 선상인 정전 중으로 끝나지 않았다.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우리 국민을 주적이라고 하며 위협하는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주변에 들끓고 있는데도 이를 용인한다면 참으로 큰일이다. 좌경용공, 주사파, 무슨 연합, 간첩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세력이더. 우리가 척결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적과 부화뇌동하는 세력들은 마땅히 척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런 정치세력들이 척결되었다. 전쟁이 나면 총구를 우리를 향해 겨눌 무서운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너무 달콤한 몽상에 젖어 있는 듯하다. 아직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 절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가 왜 우리나라와 20조 규모의 무기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받아들고 감격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안보위협의 절박성을 더했기 때문이다. 유럽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 마리우풀 도시는 90%가 파괴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이 2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 무수한 민간인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가 됐건 현대식 무기가 됐건 전 세계 모든 무기가 총출동해 정말 잔혹한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다 이런 전쟁이 이 시대에 발생하고 그 비극이 멈추질 않는지 안타깝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결속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걱정하고 대처해 나갈지 궁금하다. 

 

미일 외교·안보 장관들이 회담에서 보여준 작금의 위기의식을 거울삼아 위정자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돈키호테 같은 무모한 시위와 집회로 소모적인 나날을 보내는 세력들도 각성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은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를 해하려는 북한 등 주변국을 바로 보고 우리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 국방이 곧 평화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와 같은 애국적 지도력과 러시아 푸틴의 탐욕스러운 전쟁 야욕은 세계평화 차원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지도자상이다. 우리나라 위정자에게도 타산지석과 반면교사의 교훈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이 두 나라 지도자의 모습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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