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마지막 주간을 맞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모임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운신의 폭이 참으로 좁았다. 코로나 19는 사회적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연말연시를 코로나가 점령했었다. 올해는 크게 달라졌다. 크고 작은 송년 모임들이 봇물 터지듯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코로나를 공포로 느끼는 의식은 사라졌다. 서서히 일상을 되찾는 모습에서 지긋지긋한 코로나 세상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2022년을 곧 떠나보내는 순간을 맞았다. 잦은 대설특보와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12월의 끝자락에서 지난해와 달리 통제와 규제의 사회적 분위기로 벗어나 모처럼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돌이켜보면 2022년은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인 해다. 지방자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도 시대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다만 이런 정치적 지형의 변화는 아직도 멈추지 않는 정쟁과 반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마저도 이른바 투쟁과 대립, 반목의 연속 선상에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지하철과 시민을 볼모로 한 약칭 전장련의 끊임없는 어깃장, 여기에다 이태원 참사 후유증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좌우로 나누어진 대규모 집회는 주말마다 서울 도심을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퇴진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그 실체가 자못 궁금하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양분화된 좌우 세력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겨울 강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동투(冬鬪)의 현장이 무서울 정도로 뜨겁다. 험난한 애국 애민의 길이다.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강제북송사건, 통계조작 의혹, 이태원 사고, 국회의원 뇌물 의혹사건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2022년이었다. 아직도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고 이태원 사고는 국정조사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며 참으로 길게 끌어온 대장동 사건은 그 규모 면에서도 엄청난 내용이 검찰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5천억, 1조 규모 등등 나오는 말마다 경악하게 한다. 428억 뇌물 약속받고 대장동팀이 원하는 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공소장 내용도 드러나고 있다. 성남시와 관련된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새롭게 폭로될 때마다 충격을 더할 것이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들은 장기간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다. 전 정권에서는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하고 어물쩍하게 넘긴 것들이 많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구속되는 것을 보면 이제 그 전모가 낱낱이 밝혀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2023년 새해가 바통을 터치할 것으로 보인다. 탐관오리와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법적 단죄와 퇴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22년은 그나마 법과 원칙이 회복되는 한해였던 것 같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이제 좌시할 수준을 넘어섰다. 대한민국의 미래동력을 무너트리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역대 최저이고 OECD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이보다 낮은 0.77∼0.78 또는 0.72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2025년에는 0.52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지난 2005년 9월 출범시켜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아직도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내년부터 만0세 부모에게 70만 원, 만1세 부모에게는 35만 원의 부모급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한다. 내후년부터는 만 0세 월 100만 원, 1세 50만 원으로 오른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각종 출산장려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저출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15년 동안 380조를 쏟아부은 황당한 결과물이다. 여기에다 고령사회로 진압하면서 노인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추동력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2022년은 이런 과제를 남기고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 실업난, 경제난, 부정부패, 좌우대립, 불법 파업, 정쟁 등으로 얼룩진 2022년을 보면 대한민국에 산적한 많은 문제를 접하게 된다. 여기에다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위험한 경제형태를 보인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다. 고물가 저성장의 모순된 경제 흐름은 민생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월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직장인들은 실제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행진을 거듭하고 아파트값이 폭락하면서 심각한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세종시가 4.16%가 하락해 인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를 기록했고 그 뒤로 대전(-3.21%), 대구(-3.05%) 순이다. 서울(-1.06%)은 송파가 6.30%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세종시에는 반 토막 난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가파르게 하향곡선을 그려나가면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9년 만의 하락 전환이다. 벌써 미분양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매매와 전세 모두 비상이다. 2022년은 빚으로 집을 산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는 그런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새해에도 이 여파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아쉬움이 너무나 많은 2022년이 어김없이 역사 속으로 향하고 있다. 흑호의 해 호랑이와 같은 기상으로 마음껏 포효하리라는 새해 다짐도 다사다난이라는 말 속에서 묻히고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순간을 딛고 서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반성하며 무엇을 아쉬워하고 있는지 모두의 마음이 자못 궁금하다. 각박한 세상사에 휘둘리며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를 해왔을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2022년을 마감하는 주간에 지나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삶의 여정에서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경험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사다난이다. 이제 잊을 건 잊고 좋은 기억과 추억만을 남기고 2022년을 떠나보내야 한다. 아쉬운 이별의 순간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함께 했던 2022년이여 정말 고맙다. 아듀 2022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