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투쟁

김헌태논설고문

2022-12-04 11:49:21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둘러싸고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며 대한민국이 물류대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맞서 업무개시 명령으로 강경 입장이다. 불법 엄단으로 강 대 강 대치상황이다. 정부는 기본입장으로 노사 법치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총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대병원 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 전국철도노조 등은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민주노총이 파업에 나서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파란이 예고된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사업장의 조합원들은 파업뿐만 아니라 조퇴, 교육 등 여러 방법으로 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운송거부와 민주노총의 조직적인 연대투쟁은 국민 생활과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노동자의 피해를 던져주는 불나방 자해행위라는 비난이 거세다. 

 

세계적인 강성노조의 눈에는 어려운 경제난은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국민불편을 볼모로 한 파업이 국민에게 호응을 기대한다면 착각 중의 착각이다. 이런 행태에 포스코 노조가 민주노총금속노조 탈퇴하고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총파업은 모기를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불태우거나 해머 휘두르는 행위다. 지하철이나 철도가 잠시 파업을 하면서 국민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며 총파업으로 나서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다. 대한민국이 뒤집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다. 이런 모습은 참으로 무서운 민주노총의 결기다. 이미 물류 운송 대란이 일어나고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한술 더 떠 전국적인 총파업으로 정부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볼모로 정부를 이겨 먹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란 상황을 방불케 한다. 경제를 완전 정지시켜놓고 과연 무엇을 쟁취하겠다는 심산인지 애꿎은 국민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강성노조 민주노총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그것도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다. 심지어 한미동맹 파기 운운하며 난리다. 내가 사는 나라에는 강성이고 미사일로 내 나라를 위협하는 북한에는 침묵하고 연성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궁금하다. 내 나라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묻고 싶다.

 

노사문제를 극단적인 대립 관계로 끌고 가는 이른바 귀족 강성노조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때문에 폐쇄된 사업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 식의 노조 운동이 가져온 폐해다.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허구한 날 툭하면 총파업을 내세우며 분란을 일으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외국기업들이 한국 입성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강성노조 때문이다. 사실 민주노총 하면 국민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도대체 이들의 임금은 얼마고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 많아 툭하면 뛰쳐 나와 강경투쟁을 일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봉급을 공개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는 쥐죽은 듯이 입을 다물며 기득권을 챙기던 노조들이 아니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12월은 한해를 차분하게 정리하고 마감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시기에 나라를 혼란을 몰아넣는 화물연대파업과 민주노총의 총파업 강경투쟁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나라 망하는 꼴을 보아야 멈춘다는 것인지 이들은 어느 나라 노조인지 자못 궁금하다. 내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다 내놓으라는 식의 이기적인 노동운동이다. 이 때문에 세밑의 온정을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모하고 있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돈벌이가 쉽지 않은 어려운 경제난 시기에 꼬박꼬박 봉급을 받는 직장인들이 강성노조라는 이름으로 파업투쟁을 일삼고 있으니 참 배부른 귀족노조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며 건설경기가 침체하고 있다. 금리는 오르고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성의 민주노총만 사는 나라가 아니다. 기득권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하며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투쟁은 온당치 못하다. 근로자의 권익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파업의 냄새가 난다.

 

노사문제든 노정문제든 국민을 볼모로 잡고 총파업을 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차제에 무소불위로 곳곳에서 이권을 노린 불법 횡포를 부리며 우리 사회를 좀먹게 한 강성노조의 부당한 행태는 근절해야 한다. 건설현장을 보더라도 민주노총의 불법 횡포로 고통받고 있는 건설현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국민과 나라 경제를 볼모로 치졸한 강경투쟁을 벌이는 민주노총의 행태는 멈춰야 한다. 정부는 법과 원칙으로 노사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국민이 피해자로 둔갑하는 불법 노동운동을 단호하게 척결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노총이건 아니건 문제가 아니다. 경제난을 가중하며 내란을 방불케 하는 불법 총파업 시도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 벼랑 끝 투쟁은 국민 불행과 엄청난 경제적 손실만 뒤따를 뿐이다. 모두가 피해자고 승리해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포르투갈과의 벼랑 끝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며 감격하던 날에도 민주노총은 무엇이 그리 문제인지 벼랑 끝 투쟁의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를 활보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참으로 미운 모습이다. 같은 벼랑 끝이래도 너무나 극과 극이다. 하나는 국민 감동의 기적과 같은 승리의 벼랑 끝이라면 다른 하나는 국민 분열의 까칠한 벼랑 끝이다. 한밤중에 터진 국민의 환호는 화물연대 파업이나 민노총 강성투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을 위한 환호다. 잠시나마 세상 돌아가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눈치를 보면서 투쟁해라. 경사스런 날에 울고 초상집에서 웃는 형국이다. 연말에 이런 모습은 정말 ‘아니올시다‘이다. 이래저래 때를 잘못 골랐다. 자칫 사오정놀이처럼 보일 수 있다. 어려운 시기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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