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부동산값 폭락

김헌태논설고문

2022-11-13 12:39:36

 

작금에 부동산값 폭락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 등 집값 하락이 가속화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조차 낙폭이 가팔라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어 그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도 내놓았다. 부동산값 폭락을 막기 위해 5조 원 규모의 ‘미분양주택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른바 PF대출 보증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다. 건설사의 자금경색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여기에다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고 재건축 안전진단을 개선한다. 주택등록임대차 사업정상화방안도 연내에 마련한다. 현재의 등록임대사업제는 2020년 이후 혜택이 축소돼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연립주택 등에 대해서만 장기(10년) 등록임대사업이 허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매와 임대차 시장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해 연내 합리적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선안은 특히 종합부동산·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 세제, 금융지원수준, 리치 및 전문법인사업자 육성 방안 등으로 다음 달 발표한다.

 

청약시장도 침체하여지자 분양물량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주택 조기공급을 위해 시행되던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의무가 폐지된다. 분양물량의 집중화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또 이미 매각한 택지에 대해서도 사전청약 시기를 6개월에서 2년 내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민간 물량을 2024년까지 7만 4천 호에서 1만 5천 호 수준으로 조정한다. LH 등이 공급하는 공급물량도 내년까지 2만 4천 호에서 1만 1천 호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심지어 현재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된 무순위 청약도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해 청약 대상자를 확대한다. 예비 당첨자 범위도 모집 가구 수의 4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는 주택공급기반의 위축을 막고 서민과 실수요자 보호한다는 뜻이지만 이미 부동산시장 상황이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기준금리가 인상되어 전세대출 이자가 증가하자 임차인의 반전세‧월세 계약 전환이 지속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금리 상단은 모두 7%를 웃돌아 8%대 진입이 코앞이다. 가격하락 우려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과 추가 금리 인상 예정에 따라 매수 문의가 극소한 상황으로 한국부동산원은 진단했다. 급매물에서 추가로 가격이 하향되어도 거래성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하여 하락 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의하면 10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32% 떨어져 직전주(-0.28%) 대비 하락 폭이 커져 신기록을 세우고 있을 정도다. 전국적인 상황을 보면 인천(-0.51%), 경기(-0.41%), 세종(-0.40%), 대구(-0.36%), 대전(-0.34%), 서울(-0.34%), 경남(-0.33%), 부산(-0.32%), 울산(-0.25%)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수도권과 세종, 대구, 대전이 지표상으로도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런 조짐을 보여왔다. 대전의 경우만 보더라도 중구를 중심으로 많은 공급물량이 예정되어 있다. 동구와 서구 도마동에도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덕구와 유성구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잉공급 상황이 부동산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이란 말이 쏙 들어갔다. 주택청약 가입조차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향후 수요대비 공급물량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전과 세종, 대구 등지는 과잉공급에 따른 부동산값 폭락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 때문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어 규제지역으로 묶었던 대전과 세종의 상황은 이제 격세지감마저 느낄 정도다. 옛날 말이 되었다.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아파트 준공단지는 입주 시기가 지났는데도 입주가 제대로 되지 않아 텅텅 비어 있다. 일부 신규 재개발지들은 분양공고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도 속출이다. 여기에다 자잿값 인상으로 건설비용도 크게 늘면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건설 중인 곳을 포함해 재개발 등 신규 건설지가 우후죽순처럼 도심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과잉공급에 따른 대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전, 세종 등지의 아파트값이 5억 원 안팎이 떨어졌고 계속 폭락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값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작금의 부동산값 폭락은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물론 그동안 급등지역으로 지목되어 투기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와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냉각기로 접어들며 폭락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석구석에서 펼쳐지고 있는 신규개발지를 중심으로 과잉공급이 예상되어 아파트 등 부동산값이 폭락뿐만 아니라 시행사나 건설사 모두가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마저 이런 심각성을 진단하고 미완이지만 응급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깡통전세로 인해 역전세난과 역월세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 보다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과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목돈이 없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며 반대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대출 이자 일부를 대신 내주는 현상이다.

 

더욱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중 올해 들어 9월까지 보증사고 건수는 3,050건, 금액은 6,4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 9월 해당 상품 출시 이후 역대 최대치로 기록된다. 여기에다 금리 인상이 가져온 후폭풍이 부동산 경기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이른바 대란이 우려된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일련의 경제위기 사건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까지 회자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일으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태다.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진 후 발생한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촉발됐다. 이는 모기지론 부실, 대규모 압류 및 주택 저당증권 가치 하락을 불러 일으켰다. 이로 인한 부동산 투자 침체 이후 대침체가 발생했다. 모기지 사태 발발 직전의 부동산 거품은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로 이뤄져 있었다. 작금의 부동산시장이 보이는 심상치 않은 조짐은 자칫 파국적인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모기지 사태의 우려감마저 증폭시킨다. 시장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단순하게 금리 인상의 여파나 소비심리 위축만을 논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사후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과 응급 처방이 제시되어야 할 절박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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