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새롭게

김헌태논설고문

2022-10-03 11:25:42

 

 

 

10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코로나의 악몽과 태풍의 위협에서도 변함이 없이 올 10월의 가을은 위대한 결실을 우리 앞에 내놓았다. 산과 들에는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천고마비의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이 넘친다. 가을이 안겨주는 모든 정취를 느끼고 삶을 되돌아보는 시기가 바로 10월인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월이 다가왔다. 올 10월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지난해와 2020년 가을과는 달리 올 10월은 다소 숨통이 트였다. 코로나19 신규환자가 2만 명대로 줄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나 불안감이 사라지고 이제는 감기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그동안 2,480여만 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참으로 엄청나다. 한 가정에서 한 명만 감염되면 전 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감염될 정도다. 쉽게 말해 대부분이 코로나에 감염돼 치료했거나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은 방역 당국의 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우리 국민의 항체 양성률이 97.38%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국민 거의 다 자연 감염 생성 항체든 백신으로 유도된 항체든 코로나 항체를 가졌다는 뜻이다. 햇수로 3년 만에 얻은 코로나19 사태 성적표다.

 

정부도 입국 관련 추가 방역 완화조치를 발표하고 1일 0시 입국자부터 입국 후 하루 이내에 받아야 했던 PCR 검사 의무를 해제했다. 앞서 입국자 격리 의무 해제와 입국 전 검사 해제가 시행된 데 이어 이번 조치로 국내 입국 관련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 코로나19 재유행확산으로 제한됐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의 대면 접촉 면회도 4일부터 두 달 만에 재개되고 백신 4차 접종을 마친 어르신 등은 외출과 외박이 허용된다. 지난 9월 26일부터는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자율로 전환되어 사실상 제재가 풀렸다. 올 10월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연휴 기간 지난 태풍 고난을 잊은 듯한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관광지마다 숙박업소가 동이 나고 곳곳에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해방감이 넘치는 가을 분위기는 그동안의 피로감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모처럼 이런 10월 분위기가 코로나의 일상을 잊게 했다.

 

올 10월은 이런 일상을 되찾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새롭다. 무엇보다 곳곳에서 각종 축제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금산의 인삼축제, 백제문화제, 계룡시의 세계문화엑스포 등등 전국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축제가 펼쳐지고 있거나 펼쳐질 예정이다. 사실 잃어버린 10월을 되찾는 느낌이다. 지방 연예인들도 분주해졌다. 10월은 의미 있는 날들이 참으로 많다. 국군의 날에 이어 노인의 날, 개천절, 한글날, 경찰의 날, 교정의 날, 여기에다 지방자치의 날도 이달에 있다. 여기에다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코로나의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 10월의 아름다운 정취를 자유롭게 만끽하고 있다. 얼마나 기다린 일상인가 싶다. 그래서인지 가족 나들이가 부쩍 늘었다. 어린이들의 모습에도 활기가 차 있다. 어린이 놀이터에도 마음껏 뛰노는 어린이들의 활짝 웃는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다. 올 10월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들이 다시 시작되고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나날이 이어질 듯하다. 사실 요즘 실내에서도 그다지 큰 제약을 받고 있지는 않다. 카페나 식당들도 일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물가 폭등과 달러 강세, 금리 인상, 부동산값 폭락, 치졸한 정쟁에 이르기까지 탐탁지 않은 상황이 국민 생활을 짓누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10월과 전쟁은 마치 평화와 전쟁과 같은 상반된 용어임이 틀림없다. 모처럼 평화로운 계절을 맞았는데 때아닌 삭풍이 몰아치니 10월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잡치고 있다. 작금에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정치인들은 치졸한 싸움에 혈안이 되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 무슨 셈법이 그리 복잡한지 갖은 잔머리를 다 쓰면서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느라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가 이런 것인지 국민은 신물이 날 정도다. 여기에다 국민을 이분법으로 편 갈이를 하며 좌우 진영논리로 몰고 가고 있으니 나라가 편할 날이 없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달려가도 힘든 국내외적인 난관의 시대에 집안싸움에만 몰입하는 정치 세력들의 모습은 추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는 열렸다 하면 고성과 트집과 몽니로 얼룩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민주적인 국회의 모습이 아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정치의 선진화, 국회의 선진화는커녕 술수와 꼼수가 난무하니 어느 국민이 이를 공감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조건 없는 추종 세력이나 집단들에게는 통할지 모르지만,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본질을 외면하고 헛다리만 긁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역사의 준엄함을 모르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억압된 일상이 다소나마 풀렸지만, 10월은 마냥 평화롭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10월의 시작부터 진영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좌우 진영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향후 대한민국의 행보가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집회의 성격이 무엇이든 정의와 진실, 대한민국의 정상성을 되찾는 몸부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는 허상의 모습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법과 질서가 존중되고 상식이 통하는 집회가 되어야 한다. 선동과 허풍으로는 올바른 나라를 이끌 수 없다. 평화로움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10월이 투쟁과 비방으로 얼룩진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10월의 시작이 자유로운 것이 바로 대립과 반목이 시작이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로부터의 자유로움이 투쟁의 자유로움이어서도 그렇다.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고 내년의 계획을 수립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소모적인 싸움에만 혈안이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모든 것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만용을 부리며 이를 호도하는 세력이 있다면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코로나로에서 벗어나 모처럼 다소나마 찾은 10월의 평화와 자유로움을 해치는 자들은 공공의 적이다. 2022년의 10월은 우리가 모두 새롭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느끼며 새롭게 가꾸는 달이 되어야 한다. 10월에 서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도 또 다른 의미를 던져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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