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국민의 자세

김헌태논설고문

2021-11-28 14:31:03

 

 

 

대통령직선제는 우리 대한민국정치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 요구 시위가 지난 1987610일 부터 629일 까지 전국적 규모로 이뤄졌다. 이른바 ‘6월 민주항쟁이다. 오늘날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정치적 변화가 바로 이로 인한 산물이다. 지난 신군부 전두환 행정부 시대에 일어난 국민의 정치적 요구 사건이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6.29선언이 나왔다. 이는 대통령 간선제로 탄생한 대한민국 군부세력 행정부의 호헌, 즉 헌법 개정 거부에 문제를 제기한 역사적 사건이자 국민의 요구를 수용한 역사적 사건으로 회자된다. 가히 혁명적 변화였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담은 1987년 개정된 헌법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오늘의 대통령직선제다. 대통령간선제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국민의 손으로 되돌려 민주주의의 값진 가치를 되살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희생도 뒤따랐다. 이러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지만 국민적 여망이던 민주화 세력의 대통령 당선은 좌절되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영삼의 상도동파와 김대중의 동교동파가 정치적 합의를 못한 채 분열하면서 군부 정치 세력인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요즘 제 20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내년 39일 대선을 향한 권력쟁취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9876월 민주항쟁으로 이룬 국민들이 이룩한 헌법적 가치인 대통령직선제 토대 위에서 벌써 8번째로 치러진다. 한마디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선거이자 국민이 심판자가 되는 역할이다. 권력자들이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선거야말로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새삼 일깨워주는 국가적 대사다. 5년마다 돌아오는 단임제 대통령이자 직선 대통령을 지난 세월 만들어 낸 것도 국민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던 주인인 국민위에 군림하며 고통을 주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이 위임한 정치권력으로 국민을 괴롭히는 정권이 탄생한다면 이는 불행이자 비극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12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하지만 비극의 대통령이 끊이질 않고 나왔다. 지금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측근들조차 비극적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감옥살이를 했거나 아직도 교도소에 있다. 정치권력 쟁취여부에 따라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불행한 정치사를 써 내려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는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내년 20대 대통령선거도 지금 상황에서 보면 거의 혈투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후보자들의 향한 검찰고발이니 비리 폭로니 하면서 난장판이다. 과거 조작적 음모론을 방불케 하는 폭로전이 전개되어 아직도 진행형이다. 후보 신상에 관련된 무수한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거 이후가 걱정되기도 한다. 일부 언론들의 구태의연한 행태도 여전하다. 편 갈이 편파보도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을 오도하는 행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언론사들이 군웅할거시대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가 짓밟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횡포나 조작이 아니라 정론직필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철 사이비 언론의 창궐을 경계해야 한다. 대선전에서 보여주는 신문, 방송 등 일부 주요 언론사들의 행태가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시중의 지적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철 불편부당하고 공정해야 할 언론이 편파보도나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무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이후 이 문제는 크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신을 받는 부당한 언론사들은 향후 합당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무슨 선거조직책을 뽑는 선거인양 대서특필하고 있다. 여당의 대폭적인 개편은 물론 야당의 경우 무슨 총괄선대위원장자리를 놓고 호떡집 불난 듯 난리가 아니다. 아니 지금이 어떤 때인데 선거조직책을 놓고 티격태격하며 볼썽사나운 흥정을 일삼고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선거정국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해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등 가려운데 발바닥 긁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심경이 어떠할지 알고는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무슨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고 무슨 세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속셈인지 퇴행적 정치 모습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정치적 이념과 색깔이 맞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으면 될 일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초록동색인 인물들이 끼리끼리 모여 정치를 하면 된다. 그 심판의 몫을 오로지 국민이다. 선거대책위원회건 조직이건 그건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이런 일로 내홍을 겪고 몽니를 부리는 사태는 국민들이 아마도 경험하지 못한 소모적 논쟁이다. 언론들도 침소봉대하여 대선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중의 목소리다. 차기 권력을 향한 음흉한 논공행상의 셈법이라면 더더욱 척결대상이다.

 

대선이 시작됐는데도 후보들의 통치철학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접할 기회가 아직도 매우 부족하다. 청사진을 제시했어야 할 정당들이 아직도 늑장을 부리며 선거대책 조직과 감투싸움에 혈안이 되어 본말이 전도된다면 국민들의 실망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전투구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국민이 이룩한 6월 항쟁의 위대한 가치인 대통령직선제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늘 시들어만 간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번 선거는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선거의 본질을 명확히 알고 정상모리배들을 정치판에서 퇴출시켜 국민을 위한 진정한 대통령, 진정한 정치를 실현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내일을 기약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직선제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며 심판자인 대한민국 주인으로서의 자세를 바로 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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