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 10월이다. 1972년 지정되어 매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각종 행사가 치러진다. 10월은 중요한 날들도 지속된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비롯해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 10월 25일 독도의 날 등등 다양한 기념일과 국경일이 있다.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던져주는 달이다. 10월은 각종 문화예술 축제 등이 풍성한 달이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주요 축제들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빚으면서 두 번째 맞는 가을이 여전히 위축된 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렇다 할 큰 태풍이나 재난이 없었던 탓에 들녘에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으며 풍년을 구가하고 있다. 자연은 거짓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뿌린 대로 거두는 진리가 담겨 있다. 그래서 10월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천고마비의 계절로 아름답고 평화로움이 구석구석에 깃들어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된다. 올해는 중국에서 석탄대란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날아들지 않는 바람에 푸르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미세먼지로 뒤덮어 가을하늘을 오염시켰던 주범이 중국의 공장에서 뿜어대던 매연이었음을 확인해주는 올 10월이 되고 있다. 비록 축제는 보기 힘든지만 눈부신 가을 하늘과 노랗게 물든 들녘의 탐스러움이 더 매혹적으로 다가서는 올 가을의 정취이다.
아쉬운 것은 가을축제 등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축소되면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나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사태로 공연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해 일부 지역 연예인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아예 업종을 전환해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을이면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지만 올해는 관광버스마저 운행조차 멈추고 곳곳에 관광버스를 세워놓고 있는 곳이 많이 목도된다. 다만 캠핑장에는 캠핑카들이 크게 늘어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의 모습이 크게 늘었다. 새로운 레저 풍속도가 되고 있는 듯하다. 대체공휴일이 있는 10월인 탓인지 캠핑 현장에는 캠핑카를 세워놓고 가족단위로 자연 속에서 청명한 가을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띤다. 한편으로는 백신 접종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코로나 확진자가 진정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으니 답답한 현실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아직도 수도권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가 지속되고 있고 충청 호남권 등도 3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때로는 2,800명을 넘어서 최다 확진자를 갱신했고 연일 2,200명을 넘는 확진자 발생해 초비상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운집하는 문화예술행사나 축제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 수 없다. 문화의 달에 문화가 없는 10월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 공연을 기다리는 예술인들의 기량도 녹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래저래 답답한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화창한 야외로 몰리고 있다.
계룡시에서 지난 해 개최하기로 했으나 올해로 연기됐던 세계적인 군 문화축제도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행사를 준비하던 주최 측이나 이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40회를 맞는 금산인삼축제도 사상 처음으로 최소가 되었다. 코로나 확산 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이다. 행여 10월이면 코로나가 진정되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자유분방한 일상을 다소나마 즐길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역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새하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평창의 대표축제 효석문화제도 2년째 취소되었다. 가산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배경인 평창군 봉평면 일대의 인기 축제이다. 자연은 아름다운 가을의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코로나란 복병이 이를 반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놓고 있다. 이런 축제들은 지역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게 되지만 올해는 해당지역마다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문화의 달이자 평화로운 가을을 맞았는데도 대선정국은 험악한 분위기이다. 10월의 정서와는 영 딴판이다. 성남시의 대장동의혹이니 회천대유 의혹이니 하면서 연일 쏟아져 나오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나누어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천문학적인 수천억 원의 돈 이야기가 10월을 달구고 있다. 관계자의 폭로전, 구속, 국회의원의 사퇴에 이르기 까지 가을 고구마 캐듯이 줄줄이 그 실체가 이어지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누가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주어야 할 시점에 본질을 벗어난 사안으로 초점이 날아갔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다. 10월의 평화로움을 훼손하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의 격랑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들의 자괴감과 상실감이 너무 크다. 얼마나 더 추악한 연결고리가 더 드러날지도 자못 궁금하다. 각종 문화행사나 축제가 취소되어 가을 볼거리를 잃고 있는데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추한 소식들을 연일 접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평안할 수가 없다. 정신건강을 저해하고 행복지수를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문화의 달 10월, 평화로운 10월에 나쁜 소식보다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해 주는 것은 오로지 자연 뿐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예년과 다른 올 10월의 여유와 정신건강, 그 해답은 자연에 흠뻑 취해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