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색당파가 있다. 한마디로 저만 잘났다는 것이다. 선조 때부터 후기까지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분화해 나라의 정치판을 좌우한 네 당파로 노론, 소론, 남인, 북인을 이른다. 처음에는 동, 서, 남, 북인을 가리켰으나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나누어진 뒤에는 노론, 소론, 남인, 북인을 일컫는다. '사색당파'(四色黨派)는 조선왕조 500년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던 이씨조선의 당파싸움, 조선왕조 붕당정치를 상징한다. 한마디로 분열과 대립, 싸움판의 극한적 상황을 연출한 추한 역사의 한 단면이다.
조선 중기의 사색당파를 다시금 거론하는 이유는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고질적인 과거 악습을 답습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면 이합집합을 거듭하던 정당들은 이제 대선을 앞두고 차기권력을 잡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난리가 아니다. 아군적군이 없다. 하나의 약점이나 이슈만 생기면 침소봉대하여 폭로전을 전개하고 있다. 어찌 보면 ‘너 죽고 나 살자’ 식이다. 정책대결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과거 무슨 잘못을 했느니 불법이니 하면서 온 나라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그동안에는 자기 정당의 예비후보끼리 난타전을 벌이더니 이제는 상대방의 예비후보를 놓고 총공격을 벌이고 있다.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쏘아대는 총구의 방향은 그야말로 인정사정이 없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예비후보들의 흠결을 보면 대통령을 나와서는 안 될 정도이다. 서로 상대방 흠결을 들춰내는 내용을 보면 그렇다. 총정리가 한번을 되어야 할 듯싶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짚어질 훌륭한 인물인지 아니면 차선책으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는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시대 사색당파의 싸움판을 보는 듯하다. 정당은 같지만 동상이몽이다. 가는 길이 제각각이고 정체성이 다르다. 조선시대 사색당파의 고질병인 대립과 갈등, 반목과 싸움판의 악순환이 재현되지 않을 까 우려감마저 든다.
정당정치는 대의민주주의를 상징한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주인인 국민이 권한을 위임해 올바른 정치로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군림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갈망하는 정책 대안을 갖고 더 나은 미래비전을 위한 정책대결이 선행이 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온통 비리나 불법, 과거의 잘못이나 흠결을 들춰내 상대후보를 초토화시켜버리려는 선거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위한 경쟁인지 아니면 상대의 흠결을 더 많이 찾아 폭로하고 내가 더 깨끗하다는 듯이 포장하는 때밀이 선거전인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라는 힐난을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을 등장시켜 갈등을 부축이고 있으니 이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역감정과 이념갈등이 등장하는 선거판은 미래가 없다. 그저 약점을 들춰내며 이전투구 식으로 대선 판이 흘러간다면 그 피해자는 오로지 국민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지도자의 길을 나선다면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듬직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워서 침을 뱉는 어리석은 언행이나 시정잡배와 같은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다시금 돌아보아야 하는 선거판이다. 벌써 이 정도라면 앞으로는 사생결단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우려가 크다.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길거리로 나 앉고 있다. 급기야 8일 밤 11시에서 9시 새벽 1시까지 전국 9개 지역에서 5,000여대의 차량시위가 펼쳐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연장에 대한 반발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염없는 연장, 재연장의 방역지침에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못 살겠다’는 눈물의 하소연이다. 방역지침을 바꿔달라는 것이다. ‘정말 죽기 전에 나왔다’는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절규는 바로 오늘의 위기 상황을 말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대통령으로 나선 예비후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자못 궁금하다. 말로만 국민이고 말로만 국민행복을 외친다고 국민들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언행일체가 되어 그 해법과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불행한 사태는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자 당면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될성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처음이 중요하다. 지금은 조선시대 사색당파의 악습을 되풀이 할 때가 아니다. 백성인 국민들의 아픔과 눈물을 씻어주려는 진정한 위정자들의 모습이 절실한 시점이다. 망국의 사색당파 정치행각과 싸움판의 대선전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조선왕조 사색당파가 바로 그랬다.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외골수, 오로지 나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 중상모략과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이다. 역사를 통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국민을 위한 대통령은 밴뎅이 속의 인물이 아니라 덕망 있고 인자하며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눈물짓는 큰 인물이어야 한다. 군웅할거 시대 이런 인물을 찾아야 하는 것도 이제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대선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오늘의 역사도 가감 없이 기록되고 있다. 모두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