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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부동산 경기 회복과 지방 중심 개발 사업에 힘입어 올해 전국 땅값(표준지 공시지가)이 작년보다 평균 4.94% 올랐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었다. 제주도는 18.7% 올라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과 세종시가 2,3위에 올랐다. 이에 놀란 문재인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8.2 부동산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꼭 10년 전인 2007년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팔고 분당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로 이사 가면 세금을 내고도 돈이 남는다"고 말한바 있다. 종부세에 대한 납세자 불만을 그런 식으로 타박을 놓은 셈이다. 그러자 강남에 아파트 한 채밖에 없는 실수요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람들은 사유재산권에 민감하다. 권 부총리는 공연히 적을 만들었다. 김 장관은 권 부총리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국 평균 4.94% 올라 전년도 상승률(4.47%)을 넘어섰다고 22일 밝혔다. 제주·부산을 중심으로 활발한 개발 사업과 정부·공공 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부동산가격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에 전문가들의 대답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동산가격은 ‘오른다’라는 것이다.
6.19부동산대책에 이은 두 번째 '8.2대책'. 메가톤급 대책이어서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약발이 얼마나 갈 지는 전문가 의견도 분분하다. 특히 가격이 이미 폭등해 골든타임을 놓쳤고, 특단의 공급대책 없이 규제 일변도라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벌써부터 대전에 청약매진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자 다시 국세청이 세무조사 카드를 꺼냈다. 이번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국세청은 8.2대책 후속으로 구체적 세무조사 대상과 규모를 이번 주 발표한다. 지난 2005년 당시 이주성 국세청장은 국회 답변에서 "세무조사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5년은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시행에 착수한 해다. 당시 기획부동산 업체와 다주택자들이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 이렇게 아파트 투기 단속에 세정당국을 동원하는 낡은 관행은 참 생명력이 질기다.
국회의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중년.노년이 된 베이비부머가 부동산 투자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분석이 옳다면 정부는 지금 투기꾼을 쫓을 게 아니라 인구 변화에 대응할 중.장기 주택정책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안하다. 10여 년 전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을 닮아서다.
지금 세종시는 이제 신도시가 아닌 읍면동지역에서 땅값이 더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책도 큰 틀에서는 시장경제의 선순환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종시 부동산가격은 폭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치 옛날의 서울 강남의 땅값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