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존재하는 부정적 감정의 정체 “혐오”에 대하여

농협세종교육원 정산례 교수

2022-06-29 19:13:11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이다. 일상의 모든 거래는 주고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받기를 원하는 만큼 사랑을 주기보다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마찰로 인한 혐오가 괴로움으로 표출이 되어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혐오는 대상도 다양하고 표현도 다양하다. 자신의 생각으로 상대방 혹은 상황이나 환경을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으려 하는 심리가 존재한다. 지독한 냄새가 나면 코를 막는 것이 일상의 대표적인 혐오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이나 조직을 통해 ‘기분나쁘다,’ ‘싫다’ 등의 표현을 하는 것 그리고 곤충이나 뱀, 쥐를 보고 싫어서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임상심리학전문가이자 혐오 감정에도 정통한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총합심리학부의 이와카베 시게루교수는 “기본적으로 혐오란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니게 된 마음의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이며, 자신에게 유해한 것이나 불이익이 되는 것을 피하거나 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처럼 혐오는 피하고 싶은 위험 또는 살아가면서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감정을 갖는 것이다. 

 

혐오라는 감정은 전염성도 있다. 혐오 대상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임에 나가지 않거나 앉던 의자에는 앉지 않는 경우, 그리고 친한 사람이 느끼는 혐오의 감정을 그대로 인지하고 함께 미워하는 등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혐오라는 감정은 상당히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 혐오에 주목한 연구의 1인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의 폴로진(Paul Rozin)박사이다. 로진박사가 제시한 혐오모델의 내용을 보면 미각에 근거한 증액혐오(신체방어), 신체의 손상과 언행 등 동물적인 것에대한 동물성 혐오(정신방어), 거짓말이나 불성실, 횡포 등 사회적 규제를 깨뜨리는 도덕성혐오(사회방어)로 나뉜다. 

혐오의 감정을 둘러싸고 우리가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학교나 직장 등의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밉다’ ‘신뢰할 수 없다’ ‘거짓말쟁이’ 등 특징이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대인 혐오의 다수는 도덕성 혐오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인품과 능력, 그리고 혐오의 관련성을 조사한 분석도 있다. 미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품이 좋음과 유능함의 2가지 축을 사용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어느축이라도 평가가 낮은 상대, 즉 인품이 좋지않고 그러면서도 유능하지 않은경우 가장 혐오가 생기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인품이 좋지만 유능하지 않은 경우는 동정이나 슬픔, 인품이 좋지 않지만 유능한 경우는 존경이나 질투 등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혐오의 감정은 갖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괴롭힘과 차별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거짓된 정보로 인해 각인된 이미지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편견으로 피해는 지속되고 그 결과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행동이 늘어나면서 나쁜 이미지가 정착될 수 있다. 

 

이처럼 쌍방의 괴롭힘이 되는 사람에 대한 혐오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혐오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운 상황에 도움이 되는 개념으로 ‘셀프컴패션(self-compassion)’이 주목받고 있다. 직역하면 ‘자신에 대한 연민’이라는 의미이지만 타인에 대한 연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친한 사람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을 때 동정하고 그 사람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과 접하는 것이 셀프컴패션이다. 

 

셀프컴패션은 ‘자신에 대한 다정함(자신의 편이 되어 이해하는 것)’ ‘공통된 인간성(자신과 모든 사람이 같다는 마음)’ ‘마인드폴니스(좋고 나쁨의 평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기 감정을 치우침 없이 받아들이는 것)’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등에 강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혐오를 갖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성장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기혐오가 타인에게 향하지 않도록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스스로와 맞서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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