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지난 11월 1일부터 시작됐으니까 이제 한 달을 넘겼다. 모두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면서 한 달여를 보냈다. 곳곳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마치 코로나가 종식된 것처럼 붐볐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해방감에 사로잡혀 지냈다. 식당도 붐비고 스포츠 경기장에도 사람들이 운집했다. 제주행 비행기는 만석으로 운행할 정도였다. 제주공항은 코로나 이전을 방불케 했다. 면세점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인원수 걱정 없어진 맛집 식당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식당·카페를 비롯한 사적모임 인원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 10명까지 가능해 지면서 생긴 풍속도다. 생업 시설의 제한이 완화되었다. 유흥시설과 다중시설도 밤 12시까지 이용이 가능해졌다. 연말 회식과 모임도 급증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한마디로 해방감에 젖었던 지난 한 달여가 아닌가 싶다.
과연 긴장감을 풀 정도로 주변의 상황이 호전됐는지 살펴보면 이는 착각 중에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위드코로나 상황은 점차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게 자랑하던 K방역은 초토화되고 조롱거리가 되고 있을 정도다. 백신 접종률 70% 이상을 달성하며 지난 11월 1일부터 시행된 위드코로나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병상부족으로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5일 현재까지 확진환자는 47만 3.034명에 사망자는 3,852명에 이르고 있다. 위증증환자도 744명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코로나 신규확진자의 수와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점점 부족해지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진행을 잠시 중단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국내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일(5천123명) 처음 5천명을 돌파한 이후 닷새 연속 5천 명대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일부터 닷새 연속(723명→733명→736명→752명→744명) 7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 수는 3천852명으로 국내 누적 치명률은 0.81%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이후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5일에도 5천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전파속도가 델타변이보다 5배인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도 3명 늘어 누적 1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백신접종률 80.5%의 상황에서도 이 정도니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위드코로나 시행이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도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해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거세지자 정부가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축소하고, 방역패스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앞으로 4주 간 방역의 둑을 탄탄히 보강하는데 집중하겠다"며 방역조치 강화방안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사적모임은 수도권은 최대 10명, 비수도권은 최대 12명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6일부터 4주 동안은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수도권은 최대 6명, 비수도권은 최대 8명으로 제한된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가 적용되는 사업장도 식당과 카페를 포함한 전반적인 다중이용시설로 확대됐다. 다만 전자출입명부 설치 등의 준비를 위해 1주일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내년 2월부터는 12∼18세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그동안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긴장감이 너무 풀렸던 것 같다. 정부도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방역에 대한 자만심으로 교만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기도 등 전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위드코로나 시행 이전 보다 확진자가 무려 5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다음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경기도도 사망자가 2.17배나 늘어나 초비상 상태다. 정부가 예측한 단계적 일상회복의 시나리오가 빗나가면서 위드코로나 기조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남아공발 '오미크론(Omikron)' 공포까지 엄습해 K방역은 그야말로 중대한 기로를 맞고 있다. 당연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위드코로나가 마치 코로나 종식처럼 여기는 시중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 속에 얼마나 많은 신규 확진자들이 발생할지 벌써부터 우려가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날 것이 아니라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나는 작금의 코로나19 악화상황이다. 백신접종만 믿고 만심하면 돌파감염의 불행한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위드코로나가 코로나 종식선언이 아님을 명심하고 항상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