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의뢰인의 편인가, 적인가

착수금 받고 성공보수, 사임하고도 가압류… 성공보수 제도의 민낯과 사법개혁의 과제를 묻는다

김헌태논설고문

2026-08-27 15:31:57

 

 

 

성공보수란 무엇인가 — 그 탄생의 역사와 본래의 취지
성공보수(成功報酬), 영미법 전통의 법률 용어로는 '컨틴전시 피(Contingency Fee)'라 불리는 이 제도다. 미국에서 컨틴전시 피가 광범위하게 제도화된 것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로 알려진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소송 비용을 선불로 낼 수 없는 서민들이 법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변호사가 착수금 없이 또는 낮은 착수금만 받고 사건을 수임하되 승소했을 때 합의금이나 판결금의 일정 비율을 보수로 받는 방식이다. 법률 서비스의 민주화, 사법 접근권의 확대라는 숭고한 취지에서 출발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인신상해·의료과실·제조물 책임 등 손해배상 사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통상 합의금 또는 판결금의 33%(3분의 1)를 수임료로 받는 구조다. 핵심은 착수금을 받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대신 승소 시에만 보수를 받는다는 점이다. 즉, 승소의 위험(risk)을 변호사가 함께 부담하는 대가로 성공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통용되는 성공보수의 구조는 이 본래의 취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착수금을 받고, 별도로 성공보수까지 약정하는 이중 보수 구조가 관행화돼 있다. 서민의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착수금에 더해 추가 수익을 얻는 수단이 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구 '변호사 보수 기준에 관한 규칙'이 1999년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으로 폐지되면서 변호사 보수의 자율화가 이루어졌고, 이후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분리 약정이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공서양속에 반하는 무효로 선언했다. 그러나 민사사건에서는 성공보수 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2026년 3월에는 하급심에서 형사사건 무죄 판결을 이끈 변호사의 성공보수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2015년 대법원 판례의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착수금에 성공보수, 중도 사임 후 가압류까지 — 약자를 향한 법의 칼날
문제는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다.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미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착수금을 지불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런데 사건이 승소로 끝나면, 약정에 따라 인용 금액의 5~10%를 성공보수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 1억 원짜리 소송에서 승소해 1억 원을 받았다면, 여기서 다시 5~10%인 500만~1,000만 원을 변호사에게 내야 한다. 착수금은 착수금대로, 성공보수는 성공보수대로 나가는 것이다. 이미 승소 금액에서 상당 부분을 소송 비용과 착수금으로 지출한 의뢰인에게 이 추가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거기에 부가가치세(10%)까지 더해지면 성공보수의 실질 부담은 더욱 커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도 사임 변호사의 성공보수 청구 문제다. 사건 진행 도중 다양한 사정으로 변호사가 사임하고 의뢰인이 새 변호사를 선임해 결국 승소했을 때, 중도 사임한 전임 변호사가 '당초 약정한 성공보수를 지급하라'며 공탁금에 가압류를 신청하고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자신이 수임을 포기하고 사건에서 손을 뗀 변호사가, 후임 변호사가 이룬 승소의 결실에 손을 얹으려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법원이 이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고, 본안 소송에서 조정 또는 강제조정을 통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자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약자인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고, 법원이 그 과정에 동조하는 구도다. 이것은 법의 정의가 아니다. 법의 역설이다.

 

외국은 어떻게 하는가 — 한국형 이중 보수의 비교법적 민낯
성공보수 제도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동시에 부과하는 '이중 보수' 구조가 일반화된 나라는 드물다. 미국의 컨틴전시 피 제도는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만 받는 것이 원칙이다. 변호사가 패소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대신, 승소 시 합의금의 33%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성공보수를 받는다. 위험을 나눈 대가로 보수를 받는 구조다. 영국에서는 조건부 보수(Conditional Fee Agreement, CFA)라는 형태로 성공보수제가 운용되며, 정부 규정에 따라 의뢰인 보호 장치가 법제화돼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성공보수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해 왔으며, 변호사 보수는 소가(訴價)에 따른 법정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도 대한변협의 구 보수 기준 폐지 이전의 한국과 유사하게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함께 받는 구조였으나, 최근 의뢰인 보호 강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형 이중 보수 구조의 핵심 문제는 변호사가 패소의 위험을 전혀 분담하지 않으면서도 성공의 이익을 추가로 챙긴다는 데 있다. 착수금은 승패와 관계없이 받는다. 거기에 성공보수까지 약정한다면, 변호사에게 패소는 착수금만 받는 것이고 승소는 착수금에 더해 성공보수까지 받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의뢰인은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변호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수익을 얻는다. 미국식 성공보수의 본래 취지인 '위험 분담'은 실종되고, '이중 이익 창출'만 남은 것이다. 이런 한국 성공보수 관행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인 이유다.

 

사법개혁의 과제 — 성공보수 제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성공보수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5년 사법개혁위원회는 변호사 보수의 투명성 제고와 의뢰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2010년대 이후 각종 시민단체와 법학계에서 성공보수 약정의 표준화 및 제한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5년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대법원판결은 그나마 제한적인 개혁의 성과였다. 그러나 민사사건 성공보수는 여전히 무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고, 중도 사임 변호사의 성공보수 청구를 둘러싼 분쟁은 법원마다 판결이 엇갈리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26년 3월 하급심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대한변호사협회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형사 성공보수 정상화 토론회를 개최하고 제도 재검토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논의의 방향이 성공보수의 확대가 아닌 정의로운 규율을 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동시 수령 구조에 대한 상한 규제가 필요하다. 착수금을 받을 경우 성공보수율의 상한을 법제화하고, 착수금 없이 성공보수만 받을 경우 더 높은 비율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위험 분담'이라는 성공보수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 둘째, 중도 사임 변호사의 성공보수 청구에 대한 기여도 산정 기준을 명확히 법제화해야 한다. 사임 시점까지의 기여도에 비례하는 보수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후임 변호사가 이룬 승소에 대한 전임자의 청구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셋째, 성공보수 약정서를 표준화하고 의뢰인이 서명 전에 충분히 설명을 들었음을 증명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넷째, 변호사 보수 분쟁을 독립적으로 심사하는 '변호사 보수 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의뢰인의 구제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법은 모든 이에게 공정해야 한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그 법으로 약자를 수탈하는 구조는, 사법 정의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다. 이것이 바로 사법개혁 차원에서 성공보수 제도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절박한 이유다. 법은 강자의 무기가 아니라 약자의 방패여야 한다. 착수금 받고 성공보수, 사임 후 가압류까지 하는 변호사가 설 자리는 법정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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