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의 허상들

김헌태 논설고문 | 기사입력 2019/10/04 [17:47]

부정부패 척결의 허상들

김헌태 논설고문 | 입력 : 2019/10/04 [17:47]

 

 

▲     © 세종타임즈

우리나라의 부정부패의 척결은 모든 정권마다 외쳐왔다. 한국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정부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가의 주된 화두였다.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반증이다. 정경유착적인 부패의 일차적 제공자는 정치집단이었고 권위주의적인 통치행태에서 비롯되어 왔다. 부정부패는 사회동력을 흐트러트리는 망국적 악행임이 분명하다. 부정부패는 모든 사회악을 통칭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5.16혁명공약에서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다시 바로 잡기 위하여 청신한 기풍을 진작한다”며 부패척결을 외쳤다.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이나 부정축재처리법은 한국의 부패관련법제에서 본격적인 통제를 통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 구현을 국정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부정축재재산도 환수했다. 김영삼 문민정부도 1993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부정부패척결을 강조했다. “부정부패는 나라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라고 규정하고 이제 곧 개혁이 시작된다며 군비선조직인 하나회의 척결에 나섰다. 국정슬로건으로 역사바로세우기를 내세웠다. 지금은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철퇴가 내려졌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지금까지 부정부패의 척결을 외쳤지만 부패가 척결되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수법만 고도화하고 더욱 교활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권력형 부패이다. 이를 두고 부패의 대형화, 구조화, 제도화를 초래했다는 자조 섞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그 오랜 세월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친인척을 포함하여 측근들이나 정치집단을 둘러싼 무수한 비리를 접해왔다. 그리고 감옥에 들락날락하던 모습도 보아왔다. 부패에 연루된 재벌기업가들도 무수히 감옥생활을 경험해야 했다. 모두가 정경유착의 부패비리를 통해서 그래왔다. 일부는 재벌도 해체되었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들까지 감옥에 들어갔다. 그동안 재벌기업들은 정치권력의 무서움을 느껴오며 경험한 실상이 바로 대한민국의 부정부패 역사이다. 이 모든 것이 돈에 관련이 되어 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도 늘 화두가 되어왔다. 지금은 감시의 눈과 귀가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어 사라질 만도 한데 기실 그렇지 못한 것인 현실이다. 급기야는 김영란법까지 만들어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지침까지 만들어 놓았으나 점차 만성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정부와 국민, 시민단체, 언론 등 총체적인 기능이 작동하는 현실에서 비상식적인 부정부패의 썩은 고리가 불감증이란 더러운 포장을 하면서 드러나고 있다. 부정부패에 대한 둔감성이 가히 목불인견인 사회가 되어버렸다.

 

2018년도 세계부패지수를 보니 한국은 45위로 도니미카, 르완다 등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고 창피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정직하지 못한 나라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정직하지 못한 나라라는 오명을 받고 있나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비감하다. 세계경제순위 10위권을 차지하는 국가의 모습치고는 정말 ‘아니올시다’이다. 역대 정부 모두가 부정부패를 사회악으로 치부하며 그 청산과 척결을 외쳐대지 않았는가 말이다. 말만 민주주의이지 하는 것을 보면 민주를 포장한 추악한 이면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익히 경험해온 바이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마저 부정부패로 낙마하는 자치단체장들이 곳곳에서 목도되어 왔다. 혹자는 재수가 좋아 걸리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부정부패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들린다. 특히 국회 청문회를 보면 지도층들이 보여주는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삶의 발자취들을 무수히 접한다. 한마디로 털어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 할 정도인 것이다. 국민들의 실망은 이미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냥 넘어가 버린다. 그 때 뿐이다. 곧 잊어버린다. 정치인들이 이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이른바 법무부장관가족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다. 그 진위야 분명 가려질 것이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안들만 놓고 볼 때 상식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정부패의 음습한 모습들이 엿보인다. 국민 찬반양론으로 몰고 가는 치졸한 모습도 보이지만 본질은 부정부패, 불법의 진위문제이다. 이는 관행의 문제도 아니며 불법이냐 합법이냐 부정부패냐 정당한 행위, 정직한 행위인지 여부를 가리는 문제이다. 이념의 문제도 정당의 문제도 좌우의 문제도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법대로 하면 된다. 아무런 사안이나 사건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가 없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평등한 검찰 수사의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역대 볼 수 없었던 역사적인 사건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지도층의 절제된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국민들은 외압에 굴하지 말고 엄정한 수사는 물론 법대로 처리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것이고 결과도 역시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부정부패를 척결한다고 나선 내로라하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의 모습을 지켜보면 대한민국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감시활동과 정의구현에 제몫을 다했는지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각종 비리에 목소리를 높여 오던 시민단체들이 돈 많은 재벌이나 만만한 대상 층에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정작 권력층들의 부정부패에는 침묵해 오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 때문에 부정부패의 고인물이 썩어 부패한 악취를 풍기며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와 사회를 좀먹고 있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 나아가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시민단체들이 스스로가 부패한 조직이 아닌지도 차제에 살펴보아야 한다. 내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며 남의 눈에 티끝을 보고 나무라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도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정부패에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단체는 이미 부정부패를 논할 자격을 상실한 것에 다름 아니다. 무수한 단체들이 시민사회단체라는 이름으로 마치 정의의 사도인양 사회와 인물, 정책, 심지어 정치까지 재단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허상은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정의와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정부패와 거짓, 허세, 양두구육, 표리부동, 술수 등으로 이웃에 고통을 주고 사리사욕을 취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실천하지 않고 말로만 주장하는 부정부패척결은 허상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말없이 훌륭한 길을 걸어가는 정의로운 분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사회가 건재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평범한 국민들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진실을 바탕으로 깨끗한 사회와 아름다운 나라 그리고 정의롭고 당당한 모습을 간절히 희구하고 있다. 이제 가짜와 진짜가 무엇인지, 알곡과 가라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가려내어 진정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부정부패에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단체들은 각성해야 한다. 아니면 시민단체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뜻있는 국민들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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