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種字는 생명이고 문화文化다

유태희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9/06/21 [15:35]

종자種字는 생명이고 문화文化다

유태희 논설위원 | 입력 : 2019/06/21 [15:35]

 

▲ 인디언들이 살던 집 “티피”     © 세종타임즈

 

 

“나는 씨앗이었어. 작고 푸른 씨앗이었지.”

 

한 톨의 씨앗은 ‘약간의 햇빛, 약간의 비 덕분에 나는 초록빛 작은 싹을 틔울 수 있게 되었어.

 

그렇게 나는 매일 조금씩 무럭무럭 자랐어. 완전한 한 그루의 나무로 자랄 때까지 나는 여러 개의 다른 이름으로 불렸어. 씨앗에서 줄기로, 그리고 나만의 잎사귀가 있는 어린 나무로......(프랑스작가 마티아 프리망의 “씨앗의 여행”의 본문 중에서)

 

씨앗을 가만히 바라보면 생명의 탄생과 자연의 순환을 배울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씨앗의 이동 방법은 바람에 의해서거나 씨앗 스스로 터져서,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중력에 의해 땅으로 떨어져서, 동물 몸에 붙어서 세계의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물론 문익점의 붓통속의 목화씨도 한 몫을 한다. 살펴보면 우리 토종 밀은 일찍이 우리 땅에서 사라졌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식량으로 서양밀이 밀려들어와 우리 토종 밀이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밀 제일의 수출국이 된 미국 밀의 기원을 찾아보니 우리의 밀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의 토종 종자를 찾아 전국과 해외를 돌아다녔던 농진청의 농업과학기술원에 있는 안완식 박사에 의해 알려지기도 했다. 서양의 밀은 키가 커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쉬 쓰러져 생산량이 적었다. 그런데 우리 밀은 키가 작아 잘 쓰러지지 않는 밀을 일본이 가져가 개량을 했고 이를 다시 서양에서 교잡하여 지금의 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식량은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콩(대두)이 양국의 승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식량자원이 무기로 작동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그걸 얻기 위해 돼지에게 먹이는 사료가 미국산 수입콩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수입선을 다른 국가로 돌려야할 상황이지만 그 어마어마한 콩 물량을 어디서 들여와야 할 지 난감한 상황.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대두 수입량의 약 60 퍼센트,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하는 나라다. 그래서 브라질 콩이 대체품목으로 떠올라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한 번 더 살펴보면 콩 뿐만이 아니다. 아는 이가 많지 않지만 청양고추에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사연도 숨어있다. 우리가 늘 먹고 사는 청양고추는 한국이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나라 종자가 아니다. 미국의 몬산토라는 기업이 청양고추 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는 1980년대 국내 한 종묘사가 태국 고추와 제주도 고추를 활용해 개발했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미국 몬산토에 매각됐다. 지금은 독일 바이엘에 인수된 미국기업 몬산토가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독일 바이엘의 청양고추 종자를 수입해서 먹고 있는 셈이다. 그 외에도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금싸라기참외’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인기 있는 작물이지만 이를 사먹을 때마다 외국계 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작물을 개발한 회사도 다국적 기업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 검은 옥수수 “유스태라희므스” 묘종을 이식한 모습     © 세종타임즈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며 “10년 내에 물·식량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위축됐다. 당시 5대 종자기업 중 4곳이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며, 국내 종자들이 해외로 팔려나갔다. 청원종묘는 일본의 사카타에, 서울종묘는 스위스 신젠타에,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미국의 몬산토에 매각되었다. 이로 인해 무·배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 양파가 외국회사에 넘어갔다. 양파, 당근, 토마토의 종자는 80% 이상이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중앙종묘가 가지고 있던 청양고추 종자도 몬산토로 넘어갔다. 다행이 동부팜한농이 2012년 몬산토코리아의 종자사업을 다시 사들였지만, 종자산업은 여전히 미미하기만 하다.

 

내가 뉴욕에 살다가 캐나다 속의 작은 프랑스라고 불리는 퀘벡Quebec에 살게 되었을 때 피크닉을 나가 인디언 마을에 들리게 되었다. 그들은 오타와 강을 중심으로 온타리오 주와 퀘벡 주에 거주하는 알곤퀸 족(Algonquin)이었다. 이들은 캐나다 원주민 중에서도 소수 부족이다. 문헌에 따르면 1603년에 퀘벡의 최초 건설자인 사뮈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이 알곤퀸 부족을 발견해 유럽인들에게 알려졌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았고 원주민 추장을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들이 간식으로 먹는 옥수수를 같이 먹다가 씨앗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추장이 몇 자루를 챙겨주어 한국으로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고향에 머물면서 부친께 심어보시라고 권유를 했다. 그렇게 무심코 다시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부친께는 수확량이 적을까봐 심지 않았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씨앗을 확인해보니 모두 벌레가 먹어 못쓰게 되었다. 이때 떠오른 얼굴이 씨앗을 준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으로 불리는 추장이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씨앗을 가져올 때 4자루는 옥수수 자루에서 씨앗을 불리해 가져왔고 한 자루는 그냥 통으로 가져 왔다는 생각이 나 찾아보게 되었다. 다행스럽게 검은 옥수수는 온전히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니 4자루는 무지개처럼 색이 다양한 종자고 한 자루는 검정색이라 따로 포장해 가지고 온 것이었다. 나는 농사에 경험이 많지 않아 고향에 가면 동생처럼 따르는 김길하金吉夏에게 부탁해 심어보게 한 결과 발아를 해서 묘종苗種을 했고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너무 기뻤고 다시 인디언추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끈처럼 연결된 기억이 번역본으로 출판된 ‘위베르 망시옹, 스테파니 발랑제’의 “그리고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의 한귀절의 문장이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이 말은 인디언들의 정신과 삶의 방식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이 시대 사람들이 종국에는 마주할 무거운 현실이 고스란히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가 중 한 사람인 프랑스의 변호사 위베르 망시옹은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를 통해 바로 인디언들의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며칠 전 다시 만난 김길하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씨앗의 일곱 가지 법칙이 있는데 아세요. 다른 곳에 약속이 있어 바삐 오느라 듣지 못하고 왔더니 메시지로 보내왔다. 고개가 끄덕이는 귀한 지혜였다.

 

▲ 원주민 추장이 준 검은 옥수수     © 세종타임즈

 

씨앗의 일곱 가지 법칙

 

1.먼저 뿌리고 나중에 거둔다.

거두려면 먼저 씨를 뿌려야 한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 인과응보가 원인을 지어야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는 법이다.

 

2.뿌리기 전에 밭을 갈아야 한다.

씨가 뿌리를 내리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밭을 갈지 않고 심으면 싹이 나도 뿌리를 내리기 힘들고, 싹이 난 후에 밭을 갈려고 하면 뿌리를 다칠까 손대기 어렵다.

 

3. 시간이 지나야 거둘 수 있다.

어떤 씨앗도 뿌린 후 곧바로 거둘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 시작했다고 해서 즉각 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지 마라.

 

4.뿌린 씨, 전부 열매가 될 수 없다.

10개의 씨를 뿌렸다고 10개 모두에서 수확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일에 성공만 있기를 기대하지 마라.

  

5.뿌린 것보다는 더 많이 거둔다.

모든 씨앗에서 수확을 못해도 결국 뿌린 것 보다는 많이 거둔다.

 

6.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선을 행하면 상으로 돌아오고, 악을 행하면 벌로 돌아온다.

 

7.종자는 남겨 두어야 한다.

겨울에 아무리 굶주리더라도 내년에 뿌릴 ‘종자씨’는 꼭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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